너는 엄마가 예뻐 보이니?
솔의 시선 ; 슬픔을 넘어선 고통
밤사이 이불을 덮어쓰고, 이를 악물고 있다. 울음이 새어 나오면, 솔은 무너질 것 같았다. 입술에서 붉은 피가 흐른다. 눈물과 콧물, 입가에는 피범벅이 되었지만, 모든 이들에게는 괜찮은 척을 해야 했기에 가슴을 부여잡고, 눈이 벌겋게 부은 이유를 생각해 본다.
"어제 짠 걸 많이 먹었더니 얼굴이 많이 부었네."
솔은 회사 동료에게 얼렁뚱땅 넘겨 이야기한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더 이상은 살이 차오르지 않기에 가슴을 쓸어내려도 계속해서 살이 에이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슬프다'라고 말하는 것도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술을 마셔도 나아지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이 고통이 멈출까?
"너 왜 그렇게 살아? 왜 너 자신을 함부로 대해?"
솔의 친구가 묻는다. 솔이 씁쓸하게 대답한다.
"글쎄... 나를 파괴하고 싶은 것 같아. 나를 벌주고 싶거든."
공허함이 밀려와 숨이 막힐 것 같은 고통이 다가올 때, 솔의 동공은 시선이 멈춘다. 꼭 죽은 사람처럼 시선이 멈추어 그곳이 어디든 걸음을 멈추고 모든 세상이 멈춘 것처럼 그곳에 우두커니 서있는다.
"거참. 비키세요. 죽으려고 환장했어?"
6차선 대로변에서 갑자기 솔은 걸음이 멈추어졌다. 숨이 막힐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우두커니 서서 까만 하늘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자, 택시 운전기사가 그 모습을 보고 내려 솔을 인도로 데려간다.
"아휴. 정신 차려요. 이러면 안 돼요. 보니까 아직 어리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행동하면, 아가씨도 운전하는 사람도 서로가 다쳐요."
그대로 인도에 누워 한참을 하늘을 응시하다가 주섬 주섬 일어나기 시작한다.
하늘이의 시선 ; 넌 엄마가 예뻐 보여?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이 좋은 하늘이, 오늘도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요즘은 엄마가 진짜 엄마인지 아닌지 헛갈리기 시작한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엄마'의 모습과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조금 다르다. 솔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솔아였던 것 같기도 하고, 어렴풋이 입가에 맴도는 이름이 있다.
'진짜 엄마가 아닌 걸까?'
하늘이에게 엄마가 예뻐 보이지 않는다. 분명 하늘이 엄마인데, 하늘이 눈에는 예뻐 보이지 않는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산 엄마인데, 예뻐 보이지 않는다. 엄마가 안아주고, 잘 때는 팔베개도 해주고, 하늘이에게 맛있는 스파게티도 해주는데, 하늘이에게는 예뻐 보이지 않는다.
하늘이는 수호랑 어김없이 만나 술래 잡기와 구슬치기를 하고 있다. 하늘이는 무척 궁금했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엄마가 진짜 엄마인지 아닌지... 그래서 수호에게 물어본다.
"수호야, 너는 너희 엄마가 예뻐 보여?"
수호가 대답한다.
"응. 세상에서 제일 예뻐."
하늘이는 확신했다. 지금 함께 사는 엄마는 하늘이의 진짜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하늘이 눈에는 함께 사는 엄마가 예쁘지 않았다.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입에서 맴도는 그 이름이 하늘이의 진짜 엄마라고 확신했다. 언젠가 엄마를 만나겠지만,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빠도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나의 시선 ; 새엄마의 자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 친엄마를 닮은 걸까? 지나는 요즘 고민이 많다. 4살 하늘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지나가 보듬어야겠다 마음을 먹고 하늘이의 엄마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워 본 적이 없는 지나는 엄마의 자리가 가끔은 너무 버겁다.
'도대체 왜 이 예쁜 아이를 두고 하늘이 엄마는 이 집을 나간 걸까?'
지나는 때로는 하늘이의 친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하늘이의 엄마가 있었다면, 세희와도 인연이 되지는 않았겠지. 이런 마음으로 다시 마음을 다독여본다.
하늘이가 지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다. 특히 가끔씩 세희와 말다툼을 할 때에면, 아이는 아빠 곁에서 꿈적도 하지 않는다. 아이가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자주 설사하는데, 세희는 하늘이가 원하는 것만을 해주려 한다. 그러다 보니 하늘이는 아토피나 설사가 계속된다.
"아이가 원한다고 다 주면 어떻게 해? 하늘이 계속 설사한다고!"
지나가 세희를 계속 설득하지만, 세희는 그저 아이를 불쌍하게만 여긴다. 무섭고 단호한 역할을 지나가 하다보니, 하늘이는 계속해서 지나와 멀어지는 듯하다. 그래서 그녀는 고민이 많다.
얼마 전 지나의 몸에 변화가 있었다. 아이가 생긴 것이다. 입덧도 시작이 되었고, 지나는 점점 더 걱정이 생긴다.
"내가 두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
지나는 점점 더 소통이 되지 않은 세희를 보며, 한숨이 나온다.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