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영재 Feb 18. 2016

[가상 토론] 양적완화 넘어설 ‘경제회복 전략’은?

“저금리 이용해 생산성 높일 정부 주도 장기투자 확대해야”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이 최근 잇따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문을 내고 경제 회복을 위한 대안 제시에 나섰다. 이들은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과감한 장기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재정지출을 제약하는 과도한 정부 부채를 탕감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부가 부채 증가를 우려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꺼리는 대신 저금리 정책을 택하면서 경기 활성화의 책임을 가계로 떠넘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 성장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이들의 기고문을 토대로 편집한 ‘가상 토론 하편’을 통해 살펴본다. 가상 토론에 포함된 이들은 다니엘 그로스 유럽정책연구센터 소장,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스키델스키 영국 워릭대 명예교수, 아다이르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 청장,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하미드 라시드 UNDP 상임 고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이다. 

-증가하는 부채 때문에 정부와 민간 모두가 지출을 줄이고 있다. 부채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로버트 스키델스키=“어느 수준의 부채가 안전하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해당 국가의 경제적 맥락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경우 2007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269%에 달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가장 높았을 때가 125%였다. 그러나 가계 채무 불이행의 위험은 미국이 훨씬 높았다. 이 차이는 돈을 누가 빌렸느냐에서 비롯했다. 덴마크의 경우 고소득자들이 가장 많이 빌렸고, 모기지 대출도 부동산 가격의 80%로 제한된 상태였다. 반면 미국에서는 하위 10%가 상위 10%보다 더 부채 비율이 높았다. 정부 부채에서는 채권자의 구성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일본의 GDP 대비 정부부채율은 230%로 그리스의 177%보다 더 높다. 하지만 경제 상황은 그리스가 훨씬 더 나쁘다. 채권자의 분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의 경우 채권 소유자들이 대부분 자국민으로 정치적 안정에 자신들의 이익이 걸려있다. 그리스의 경우 대부분의 채권자들이 외국의 은행이다. 신용 위기가 발생할 경우 그 전파 속도가 훨씬 빠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다니엘 그로스 유럽정책연구센터 소장, 아다이르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 청장,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하미드 라시드 UNDP 상임 고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로버트 스키델스키 영국 워릭대 명예교수,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



아다이르 터너=“중앙은행과 정부 모두 디플레이션을 막을 정책 수단을 상실한 것은 아니다. 세금을 줄이거나 화폐를 발행해 공공 지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당국이 지금 해야할 일은 바로 이것이다. 일본은행은 보유한 막대한 양의 일본 정부 채권의 일부를 영구적으로 탕감하고 정부는 예정된 판매세 인상을 취소해야 한다. 이 정책은 기술적으로 가능할 뿐 아니라 제로 금리로 연명하는 부채의 덫에서 일본을 구해낼 유일한 방법이다. 일본 정부 부채가 ‘상환’이라는 단어의 정상적인 의미로 상환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 일본은행이 보유한 막대한 양의 일본 정부 국채가 민간에 되팔릴 가능성도 없다. 이런 현실을 더 빨리 인정할수록 일본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고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가로) 총수요를 다른 나라에서 뺏어오는 대신 (자국 내에서) 이를 자극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정부 부채를 안고 있는 나라들이 취한 재정정책을 평가하면?

로버트 스키델스키=“각국 정부는 ‘건전한’ 경기 회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가계에 부채를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저금리 정책으로 가계 부채를 늘려 경기 회복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지출은 비생산적이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준다는 자주 인용되는 거짓말이 이런 정책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부가 사회기반시설투자를 늘리면 이로서 덕을 보는 세대는 현 세대가 아니라 미래 세대이며, 따라서 이들은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있다. 저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가 된 지금이 오히려 정부가 지출을 늘릴 절호의 시기이다. 많은 정부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재정흑자를 추구하고 있지만 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세금을 올리거나 복지지출을 줄이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오히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성장의 해법은 생산성 증가에 달려있으며, 정부는 이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하미드 라시드=“선진 경제권에 걸쳐서 민간 투자가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기대했던 만큼의 성장을 보이지 않았다. 주요 20개국 중 17개 국가에서 투자 증가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밑돌았고 5개국은 2010~2015년 사이 투자 감소를 보였다. 양적완화로 거의 7년간 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진국 정부가 돈을 빌려 사회 기반 시설과 교육, 사회 분야에 투자하도록 격려했어야 했다.”

제프리 삭스=“오늘날 지구적인 문제는 세계의 금융중계기관들이 장기 저축을 장기 투자로 적절하게 전환시키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교육과 기술 훈련, 인프라 구축에서 필요한 수준 만큼을 투자하지 않고 있다. 민간 투자가 떨어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보조적인 공공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근시안적인 거시경제학자들은 세계가 과소 소비 상태에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과소 투자 상태에 있다.”

마이클 스펜스=“공공 부문 투자가 대체적으로 성장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않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지나친 부채를 안고 있는 국가들의 재정 긴축 때문이다. 디폴트를 피하면서 국가 부채를 줄이는 보통의 방법은 명목 성장이다. 그러나 성장 위주 정책은 통화 정책이 기여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인플레이션은 대체로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또한 국부 펀드와 연금 기금, 보험 회사들에 묶여 있는 막대한 자금이 아직까지 성공적으로 공공 부문에 투자되지 않고 있다. 이는 위험 회피나 유인 설계와 관련한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모두 잠재성장률이 하락했다.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마이클 스펜스=“성장과 고용, 소득의 증대를 가져온 정책들은 개별 국가에 따른 특수성도 있지만 과거의 모든 성공 사례에서 공통적인 점들도 있다. 첫째로 공공과 민간의 투자 수준이 높았다. 경제적 성공을 거둔 개도국의 경우 투자가 GDP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사회 기반 시설과 인적 자본, 지식과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공공 부문의 투자는 5~7%였다. 공공과 민간 투자는 상호 보완적이다. 공공 투자는 민간 투자의 수익률을 높이고, 따라서 민간 투자를 증가시킨다.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에서 보이는 두 번째 공통적 요소는 이렇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투자를 국내 저축이 뒷받침한다는 점이다. 상당한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로 반영되는) 외부 저축에 의존하는 것은 부채 위기나 성장 후퇴라는 좋지 않은 결말을 보였다.”

제프리 삭스=“우리의 목표는 전 세계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경제 발전이다. 경제적 진보는 높은 수준의 글로벌 투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지식과 기술, 생산 시설,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높은 수준의 투자가 없다면 생산성은 하락하고 결국 삶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높은 투자율은 높은 저축율에 달렸다. 장래의 2개의 마시멜로를 받기 위해 지금 눈 앞에 있는 한 개의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은 아이들이 후일 성인이 됐을 때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보다 더 성공했다는 ‘마시멜로 시험’처럼 미래 소득을 증가시키고 은퇴 이후의 안락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필요가 있다. 한편 저축과 투자의 흐름을 글로벌 관점에서 봐야 한다. 중국처럼 역내 저축율이 투자 수요보다 많은 나라들은 저축이 부족한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저소득 국가들의 투자를 지원할 수 있다. 중국의 인구는 빠르게 노령화하고 있고 이 때문에 은퇴를 위한 저축을 한다. 반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소득 국가는 인구가 젊은 대신 돈이 부족하다. 이들은 중국에서 돈을 빌려 그들 자신의 경제적 번영을 위한 교육과 기술, 기반시설에 투자할 수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하미드 라시드=“지속적이면서도 포용적인 성장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들은 더 큰 평등성을 보장하도록 시장 경제의 규칙을 다시 쓰고 좀 더 장기적인 사고를 하고, 효과적인 규제와 적절한 유인설계를 통해 금융 시장의 고삐를 죄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사회 기반 시설과 교육, 기술에 대한 공공 투자를 크게 늘리는 것 역시 필요하다. 이 정책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탄소세를 포함한 환경세 부과와 독점에 대한 세금을 물림으로써 자금을 충당해야 할 것이다. 시장 경제에 만연한 지대추구 행위는 불평등과 저성장에 큰 원인을 제공한다. 공공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에 대한 과세도 강화해야 한다.”

제프리 삭스=“저탄소 에너지와 지능형 도시 전력망, 정보 기반 보건 시스템과 같은 사회적 효용이 높은 투자는 공공 투자와 공공 정책이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공공과 민간이 협업에 성공했을 때 가능하다. 철도망이나 항공, 자동차, 반도체, 위성, GPS, 핵발전, 유전체학과 인터넷은 이러한 협력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각국 정부는 자국의 또는 다국적 개발은행들이 연기금과 보험기금, 상업은행에서 모은 장기 저축을 미래 산업을 위한 장기간의 공공 및 민간 투자에 투입할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중앙은행과 헤지펀드는 경제의 장기 성장과 금융 안정을 이룰 수 없다. 오직 공공과 민간에서의 장기 투자만이 세계 경제를 현재의 불안정과 느린 성장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마이클 스펜스=“마지막으로 성공적인 발전 전략의 핵심 요소는 포용성(inclusiveness)이다. 하위 계층을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성장 전략은 정치·사회적 통합을 해치고 결국 이 전략에 대한 지지를 상실하면서 실패하게 된다. 반면에 지나치지만 않다면 그리고 부패나 시장 접근에 있어서의 특권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소득 불평등을 용인할 수 있다. 교육, 보건과 같은 기본적 서비스를 높은 수준에서 제공하는 것은 기회의 평등과 세대간 계층 이동을 위한 결정적 요소로 보인다. 노동 시장 불균형과 잠재적으로 파괴적인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용적 정책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런 정책들을 주요 경제권에 걸쳐 동시적으로 시행하면 그 긍정적 효과는 무역을 통해 국제적으로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다. 이는 분명 주요 20개국이 맡아야 할 역할이다.”

*가상 토론 상편 바로가기 

[원문보기]

다니엘 그로스 'The Negative Rates Club’ 

아다이르 터너 ‘Japan’s Wrong Way Out’

누리엘 루비니 ‘The Global Economy’s New Abnormal’

마틴 펠드스타인 ‘The Shortcomings of Quantitative Easing in Europe’

마이클 스펜스 ‘In Search of Growth Strategies’

로버트 스키델스키 ‘How Much Debt Is Too Much?’

제프리 삭스 ‘The Global Economy’s Marshmallow Test’

조지프 스티글리츠·하미드 라시드 ‘What’s Holding Back the World Economy?’

*기고문 번역문은 기자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상편 /하편

작가의 이전글 [가상 토론-상] 양적완화 정책은 왜, 어떻게 실패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