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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재 Feb 14. 2017

피케티, 프랑스 사회당 후보 대선 캠프에 합류하다

기본소득 공약 지지한 그가 맡을 역할은?

프랑스 경제학자이자 부의 불평등 문제를 다룬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가 프랑스 사회당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사회당 대선 후보 브누아 아몽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10구에 있는 옛 공장 건물에 선거대책본부를 차리고 정책 자문위원회 명단을 공개했다. 

르몽드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피케티는 시민 사회·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7인의 자문위원회에서 유럽연합의 재정 통합 문제를 맡게 된다. 파리 도핀 대학의 사회학자 도미니크 메다 교수가 노동 문제를 맡고 경제 분야는 피케티의 배우자이자 파리 정치대학(시앙스포 파리)의 경제학자인 줄리아 카제가 맡는다. 이 외에도 기업, 사회 정의와 평등, 건강, 환경 분야에 한 명씩 전문가들이 포진했다. 

피케티는 기본소득에 대해 최근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적 안전망을 제공해준다는 의미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조건 없이 모든 사람에게 지급되는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단순히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보다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주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기본소득 논의를 재정 개혁, 공정 임금 문제와 연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그가 최근 일군의 학자들과 함께 아몽 후보의 기본소득 보장 공약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그가 기본소득 도입 초기 지급 대상을 일정 부분 제한했기 때문이다. ‘생존 보편 소득’(revenu universel d’existence)이라고 이름 붙은 아몽 후보의 기본소득 정책은 소득 불균형과 고용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우선 18~25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궁극적으로(혹은 빈곤선 이하의 국민에게) 모든 국민에게 매달 750유로(약 94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기본소득 지급에 드는 비용은 로봇 고용으로 창출되는 부가가치에 세금을 부과하는 ‘로봇세’로 충당할 계획이다. 

기본소득이 주된 관심사로 부상하긴 했지만 피케티가 아몽 캠프에서 공식적으로 맡은 역할은 유럽연합과의 재정 협상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초기 유럽연합과의 재정 재협상에 참여했던 피케티는 유로존의 불투명한 운영 방식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12일 프랑스 앙포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의 민주적 거버넌스 확립을 위한 대안으로 인구 비례에 따라 각국 의원들로 구성된 100~150명 규모의 ‘유로존 의회’를 제안했다. 이 의회가 각국 장관들로 구성되는 유럽연합이사회를 대신해 경제 문제에 관한 결정을 내리자는 것이다. 

유로존의 민주적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사회당에게는 중요한 과제이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 펜 등은 유럽연합이 프랑스 경제 주권을 침해한다고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며칠 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도 “앞으로 대선에 출마할 후보들은 유로존의 민주적 운영을 실시하겠다는 분명한 제안을 해야 한다”며 “그것 없이는 유럽의 부흥과 경제 정책과 관련한 모든 토론은 무위에 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재정 문제에 있어서 룩셈부르크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걸 가로막기 충분하다”라며 유로존의 의사 결정에서 만장일치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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