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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재 Feb 23. 2017

2030년 한국은 어떻게 최장수 국가가 되는가?

57% 확률로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세를 돌파한다

한국 남녀 수명이 10여 년 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 여성 평균 기대수명은 2020년 일본을 앞질러 세계 1위에 오르고 2030년에는 90세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세계보건기구(WHO)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가입국의 기대수명을 분석한 이 같은 논문을 영국 의학저널 랜싯에 21일(현지시간) 게재했다. 기대수명은 새로 태어나는 사람이 몇 년을 더 생존할 수 있을지를 나타내는 추산치다.


■2030년 한국 남녀 기대수명 세계 1위

연구진은 논문에서 조사 대상 35개국 모두에서 남성과 여성의 기대수명이 각각 85%, 65%의 확률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연구진은 “2030년에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2030년 57%의 확률로 90.82세를 넘을 것이다”라며 “여성의 기대수명이 90세를 넘는 것은 21세기 초에만 해도 일부에선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다”라고 했다.

조사 대상국 남녀 중에 기대수명이 90세를 넘는 집단은 한국 여성이 유일했고 다른 국가들과의 차이도 컸다. 한국 여성의 뒤를 프랑스 여성(88.55세), 일본 여성(88.41세), 스페인 여성(88.07세), 스위스 여성(87.07세) 등이 뒤따랐다. 

남성들의 경우도 2030년 출생자를 따질 때 한국이 84.07세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오스트리아(84.00세), 스위스(83.95세), 캐나다(83.89세), 네덜란드(83.69세) 등이 그다음이었다. 한국 남녀의 2010년 출생자 기대수명이 각각 77.11세, 84.23세인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 여성의 출생 시 기대수명은 2020년 이후 현재 1위인 일본을 앞지르게 된다. 여성 기대수명은 한국이 6.59세가 증가해 35개 조사 대상국 중 최고였고 남성도 6.96세가 늘어 헝가리(7.53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 남녀의 2010년 출생자 기대수명은 각각 77.11세, 84.23세이지만 2030년 출생자 기대수명은 여성이 6.59세, 남성이 6.96세가 늘어난다. 그래픽:랜싯

■미국의 부진

미국 여성은 83.32세로 27위, 미국 남성은 79.51세로 26위에 머물렀고 순위는 종전 조사보다 각각 2, 3계단 떨어졌다. 연구진은 “저성과 국가 중에서 미국의 사례는 주목할만하다”며 “현재 미국의 출생 시 기대수명은 이미 대다수 고소득 국가에 뒤지고 있고 그 차이는 2030년에 훨씬 더 커져 남성의 경우 체코, 여성의 경우 크로아티아나 멕시코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미국은 의료 복지에 있어서 ‘아웃라이어’(이상치)라 할 수 있다. OECD 국가 중 보편적 의료 복지를 제공하지 않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선진국 중에서 비만과 살인, 모자 사망률이 가장 높은 수준에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1970~2000년대 동안 기대수명이 늘긴 했지만 이 기간 음주, 약물 복용, 정신 건강 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이 급격히 증가했다. 논문은 “미국이 보인 저성과는 최소한 부분적으로 만성질병과 폭력 그리고 불충분하고 불평등한 건강 보험에 따른 불평등한 사망률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빈곤한 계층이 뒤로 쳐지면서 기대수명의 평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30년 기대수명 예상치도 상당히 낙관적 기준에 따른 것이다. 연구에 활용한 통계자료는 2013년도분까지로 1990년대 초 이후 처음으로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하락한 2015년 통계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를 무력화해 2000만 명을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할 경우도 기대수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평등성이 만든 차이

연구진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보다 두 배나 더 부유한 미국의 기대수명이 한국보다 거의 4년이나 더 낮은 것에 주목했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1960년 53세로 70세에 가까운 미국과 큰 차이를 보였으나 이후 빠르게 격차를 좁혀 2005년 무렵 역전했다. 

연구진은 기대수명에서 한국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인 주원인으로 보편적 의료 복지를 들었다. 연구진은 교육의 질 향상, 아동 영양, 새로운 의료 기술의 빠른 확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베네트 교수는 “한국은 많은 점에서 올바른 선택을 했다”라며 “경제 발전으로 영양을 개선하고 건강 보험과 의료 기술에의 접근성을 높여 (미국과 달리) 한국은 전 인구에 걸쳐 (보건 복지 체계에서) 매우 평등하다”라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마지드 에자티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도 한국의 사례는 “긴축과 불평등이 만연한 서방과는 정반대의 경우이다”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기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은 의료 복지의 평등성이라고 봤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질병 예방과 질병 치료를 위한 고품질의 1차, 2차 건강 보험을 제공하는 평등하고 효율적인 보건 시스템이 (성인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시금석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1977년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하고 1989년 전 국민건강보험 시대를 열었다. 보편적 보건 복지가 하나의 원칙으로 자리 잡았지만 마냥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폐원시키고 각종 의료 민영화·영리화 정책을 추진하며 보건 의료 환경이 악화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높은 기대 수명과 낮은 출산율에 따른 착시 효과를 거론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한국의 저출산율은 유아 사망률이 매우 낮음을 의미한다”라며 “이는 기대 수명을 계산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라고 말했다. 물론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일본의 경우는 순위가 하락하고 있어 착시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에자티 교수는 인간의 기대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110세 혹은 120세까지도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대수명 증가에) 한계가 있다고 상상할 수 있지만 우리는 현재 그 한계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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