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은 극단적 선택을 할 준비가 돼 있다
“차라리 오바마를 수입해오자.” 많은 한국 시민들에게 낯설지 않은 말이다. 한국에서 농담으로 회자되던 말을 일부 프랑스인들은 상당히 진지하게 행동에 옮기고 있다.
올해 5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 최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프랑스 대선 후보로 출마시키자는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청원 운동을 추진하는 이들은 청원 사이트에 올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글에서 “우리의 목표는 단순하다. 3월 15일 이전까지 100만 명의 서명을 받아 버락 오바마가 2017년 5월 프랑스 대선에 출마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월 21일 미국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임기를 마쳤다”라며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그를 취업시키는 것이 어떻겠냐”라고 제안했다.
이들이 제작한 청원 홍보 포스터에는 프랑스 국기를 배경으로 오마바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 밑에 ‘OBAMA17’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프랑스 대선 후보의 포스터라는 느낌을 줄 정도이다. 포스터 상단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첫 대선 구호였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가 불어로 적혀있다.
이들은 “프랑스인들은 극단적 선택을 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5년간의 환멸의 시기를 지나 다음 대선에서 발표될 실패를 마주하는 지금, 우리는 제6공화국을 프랑스를 혼수상태에서 꺼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6 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지도자로 외국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승부수를 던지길 원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전 세계에서 대통령직에 가장 이상적인 이력을 가졌으며 프랑스 국민들이 (이민자에 적대적인) 극우 진영에 대량의 투표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우리가 외국인을 프랑스 대통령으로 선출하면서 전 세계 민주주의에 교훈을 줄 수 있다”라고 밝혔다.
르 뿌앙은 23일(현지시간) 발표된 ‘해리스 인터랙티브’의 여론조사 결과 극우정당인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가 지지율 1위(25%)로 결선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부인과 자식들을 보좌관으로 위장 취업시켜 공금을 유용한 혐의로 궁지에 몰리다 지지세를 회복한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가 지지율 21%로 2위에 올라있다. 중도 성향의 전 프랑스 경제장관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오차범위이긴 하지만 1% 포인트 격차로 3위로 밀려났다. 브누아 아몽 사회당 후보와 좌파 성향의 ‘프랑스 불복종’의 장 뤽 멜랑숑이 각각 14%, 13%로 뒤를 잇고 있다. 좌파 진영의 유권자들로서는 최악인 르펜을 피하기 위해 차악인 피용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청원 운동을 시작한 한 운동가는 ‘매셔블 프랑스 24’에 “대통령이 아니라 원치 않는 (차악의) 후보를 뽑을 수밖에 없는 것에 질렸다”며 “정치계가 다시 우리에게 우리가 찬탄할 수 있고 진지하게 우리의 미래를 걸 수 있는 후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꿈을 꾸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리 시내 일부 지역에 마치 선거 포스터처럼 청원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을 정도로 이들의 바람은 진지하지만 물론 현재로선 이뤄질 가망은 없다. 프랑스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국적을 가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이들의 바람대로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기란 난망하다. 게다가 프랑스 대통령 후보에 나서려면 이 나라 선출직 공무원 최소 500명의 서명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