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영재 Jan 21. 2016

중국 성장률 2~5%대?···“위기 아닌 재조정 과정”

위기 이후 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중국

중국이 연초 증시 폭락에 이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률이 25년만의 최저치를 보이면서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위기의 징후는 건설·부동산 과잉투자, 기업의 과잉설비와 제조업 생산 둔화, 기업 및 지방 정부의 부채, 위안화 절하 등 여러 측면에서 관측된다.


세계은행은 지난 6일 올해 세계 경제를 전망하며 중국 성장률 둔화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새로운 경제 위기를 완전히 회피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최고 권력층의 이 같은 우려는 중국 위기론을 뒷받침한다. 


중국 성장률 둔화와 아시아 증시 폭락이 관심의 초점이 된 지금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중국 위기를 바라볼 수는 없을까. 지표의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위기의 원인과 대응, 장기 전망에 주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19일자 신문에 “중국 성장률 둔화를 정말 걱정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중국 경제의 위기는 경제의 구조조정 과정이며 장기적으로는 ‘연착륙’이 예상된다는 것이 요지다. 위기론에서 한발 비켜서 그 대응 과정과 장기 전망에 더 관심을 뒀다. 


프랑스 투자은행 Natixis의 보고서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성장률 지표 등 최근 통계로 중국 경제를 다각도로 진단했다. 피가로의 기사와 Natixis의 보고서를 토대로 중국 성장률 둔화의 실체와 그 의미를 소개해본다. 


■중국 GDP 성장률…‘리커창 지수’로 2~5% 대 추정치도 나와


중국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6.9%,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볼 경우 6.8% 였다. 중국 정부의 예상치를 조금 밑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성장률 통계가 부풀려졌다고 보고 있다. 중국 성장률이 실제로는 5%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중국 고위 당국자 마저 국가의 성장률 통계를 불신한다. 리커창 총리는 2007년 랴오닝성 당서기 시절 미국 대사관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중국의 GDP 통계는 인위적이어서 신뢰할 수 없다”면서 전력소비량, 철도화물량, 은행의 대출규모 등 세가지 통계로 성장률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1월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Mark Schiefelbein/Getty Images


이와 같은 ‘리커창 지수’로 판단한 중국 성장률은 2014년 말부터 둔화하기 시작해 현재 5%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Natixis는 지난해 7월 2015년 2분기 중국 성장률이 연 2% 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리커창 지수를 산출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수입 증가율과 전력 생산, 화물수송량의 변화에 따른 국내총생산 변화를 추정한 결과다. 


인건비가 가파르게 높아지면서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었고, 주택·인프라 수요가 소진되면서 건설 부분의 투자가 줄어든 것이 성장률 하락의 주 요인으로 거론됐다. 철강 생산량이 최근 몇 달 새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경기 둔화의 징후로 해석된다. 지난해 수출은 1.6%, 수입은 13% 하락했다. 


[Natixis 보고서 원문보기] 중국의 진짜 성장률을 측정할 수 있을까? 


■중국 경제 ‘경착륙은 없다’…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의 조정 과정


경제 지표 하락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낮게 본다. 일본 노무라은행의 중국 전문가인 세바스티앙 자우이는 피가로에 “금융 시장(의 부진)은 경제의 실질적 악화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덴마크의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틴 자코브센은 “(중국) 증시에 걱정하지 않는다. 증시는 중국 경제의 역동성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 경제가 안정기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 예로 차량 판매 증가율이 최근 3년 사이 가장 낮지만 여전히 전체적으로 4.7%, 개인용 차량 판매 증가율이 7.3%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공투자와 수출 보다는 내수에 기반한 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밝힌 이후 내수 중심으로의 경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 영화 개봉 수익이 지난해 50% 증가했고, 5년 사이에 3배 이상 늘었다. 노무라은행은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중국 내 극장 수익이 2017년 미국과 같은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뜻은 영화를 보는 전후로 하는 모든 여가 활동에서 소비가 늘었음을 뜻한다. 자우이는 “음식점과 교통, 베이비 시터와 같은 여가와 서비스 산업이 활황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은 서비스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GDP 통계는 서비스산업과 제조업이 GDP 증가에 기여하는 정도가 확연히 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표1)



지난해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전년대비 6.0%였으나 서비스산업 생산은 전년보다 8.3% 증가했다. 이에 따라 GDP에서 서비스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50.5%를 차지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5.9%가 떨어졌으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1.6% 올랐다. 제조업 생산이 위축되고 서비스 생산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다. 



■도시화와 중산층 성장, 인구 고령화가 이끄는 서비스산업 성장


서비스산업이 중국 성장의 주된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 배후에는 도시화와 중산층 증가, 인구 고령화라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 


중국은 현재 인구의 54.8%가 도시에 살고 있는데 이 비율은 2020년 60%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때 도시에 살고 있는 인구는 7억7900만명에 달한다. 


도시화와 함께 소득 수준 향상은 서비스산업 확대로 이어진다. 특히 국내 관광 산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관광 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였다. 관광 산업 성장률은 최근 수년간 연 10%에 달했다. 


관광 산업은 경기 침체를 상쇄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관광산업 지출이 현재의 1조6500억위안(약 303조6500억원)에서 2020년 무렵에는 230% 증가한 5조500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산층 성장으로 교육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중국 정부 역시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산업을 구조조정하면서 교육 서비스 산업도 크게 커질 전망이다.


중국의 석사학위 이상 보유자는 2005년 19만명에서 지난해 53만6000명으로 늘었다. 고등인력 풀의 확대화 함께 정부의 연구개발투자도 늘면서 중국이 아시아에서 통신 장비, 의료 장비, 항공 장비 등 하이테크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9.4%에서 2014년 43.7%로 크게 늘었다. 


한편으로 중국의 인구 고령화는 한국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5년 정점에 달했고 올해부터 축소될 전망이다. 한국보다 1년 빠르다. 


Natixis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중국의 인구 고령화는 1980년대 시행된 산아제한 정책 때문이었다”며 “최근 이 정책을 폐기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고 밝혔다.  


인구 고령화는 중국 정부의 사회보험지출을 늘릴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에서는 의료 산업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위기 후커우제도 개혁으로 해소 가능


중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론의 근거로 부동산 시장의 초과공급, 기업 및 지방정부의 부채, 위안화 폭락, 기업의 과잉설비가 꼽힌다. 중국 정부는 2009년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시장을 키웠는데 이때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택이 초과공급된 상태다. 최근 수년간 수십만채의 집들이 거주자 없이 버려져 있어서 ‘유령 마을’이라는 비아냥이 널리 퍼졌다.


그러나 2017년 무렵이면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유럽 최대 프라이빗뱅크인 스위스의 롬바르 오디에의 경제학자 사미 차르는 “집들은 다 차고, 교통 체증이 나타날 것이다”고 예상했다. 


그가 이런 전망을 내놓은 이유는 후커우(戶口) 제도의 개혁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후커우 제도는 정부가 주민들의 거주지 이전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호적제도로 농촌 후커우와 도시 후커우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도시 후커우를 가진 사람이 농촌 후커우로 바꾸는 것은 쉬운 반면, 그 반대의 경우는 상당히 어려워 농촌 출신들이 도시에서 취업하거나 교육, 의료, 주택 서비스를 받기가 까다로웠다.


이 제도의 개혁으로 수백만 가구의 농촌 출신 가족들이 도시의 빈 집들을 채우게 되면 부동산 공급 과잉 문제는 완전히는 아닐지라도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중국 내 거주·이전의 자유를 의미하는 이 개혁이 성장에 커다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후커우 등록증. 출처:위키피디아


■지켜봐야할 위기 요인…부채, 과잉설비, 위안화 폭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대규모 신용대출이 이뤄지면서 지난해 3월 중국 기업의 부채 규모는 GDP의 161.3%에 달했다. 특히 국영기업의 달러 표시 부채가 상당하다. 지방 정부의 부채는 불투명한 재정 구조로 정확한 규모가 알려지지 않았다.


사금융 또는 그림자금융의 확대도 문제다. 지난달 중국의 신규 은행 대출은 전달의 8870억위안에서 8320억위안으로 줄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전체 대출규모를 나타내는 총사회여신(TSF)은 지난달 전년대비 7.1%, 전달대비 77.5% 증가한 1억8150억위안에 달했다. 


은행 대출이 감소했는데도 총사회여신이 반년만에 최고 속도로 증가한 것은 그만큼 불량 여신이 빠르게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위탁대출과 대부신탁 등 그림자 금융이 총사회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에 달했다. (표2) 


그림자 금융은 은행과 같은 수준의 건전성을 갖추지 않고 당국의 규제도 느슨하게 받는 비제도권 은행이 신탁회사(그림자 은행)를 세워 개인 투자자에게 고수익 정크본드와 같은 상품을 팔고 그 자금으로 기업이나 지방정부에 대출해주면서 생긴다.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해 기업이나 정부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그림자 금융에 투자한 투자자와 은행까지 손실을 입게 된다. 


현재 이러한 그림자 금융의 주 이용자는 과잉설비 상태인 중소기업(SMEs)들이다. 수요 부족으로 기업들의 이익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있어 올해 이들 기업들의 부도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상장종목 가운데 순이익이 3년 연속 마이너스인 ‘좀비 기업’이 전체의 10%에 이르며 그중 절반은 과잉설비 상태인 지방 국영기업들이다. 


시진핑 주석은 올해 경제 정책의 초점을 ‘공급 측면의 개혁’에 두고 있다. 철강, 시멘트, 조선산업 등 설비과잉 상태에 있는 좀비 기업들을 금융시장에 미치는 큰 후유증 없이 정리하고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비중을 높여가는 것이다. 사기업에 비해 이익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국영기업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목표다.


동시에 중국은 수요 측면에서도 성장률을 방어하기 위해 양적 완화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고, 지급준비율(RRR) 인하로 약 2조5000억위안을 은행권에 투입했다. 


양적 완화가 부실 기업에 대한 은행권 대출의 인센티브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핵심은 성장과 구조조정의 균형잡기다.


한편 양적 완화는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최근처럼 대규모 자금 유출에 따른 증시 폭락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당국은 ‘화폐전쟁’의 의도가 없다고 밝혔지만 위안화 평가 절하는 결국 중국 수출품 가격을 떨어트려 전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을 수출하는 것과 같다. 이는 다시 세계 경기 침체, 중국의 수출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오는 3월 제 13차 5개년계획을 발표한다. 중국 당국이 부채, 과잉설비, 위안화 폭락이라는 문제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는 이 계획에 따라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경착륙’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우리로서는 중국 위기론에 눈이 가리기 보다 중국 경제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첨단 제조업과 서비스업 육성이라는 방향으로 대전환을 꾀하는 것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위기 이후 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 글은 경향신문 온라인판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애플, 감정을 읽어내는 인공지능 연구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