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새는 글 두 번째
몇 년 전부터 러닝이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되었다.
내가 러닝을 시작한 건 코로나가 시작된 직후였는데, 당시 나는 여성복 도매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매출이 급감하였고, 정상화가 언제 될지도 알 수 없었으며, 도저히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던 때였다. 답답한 날들이 계속되었고, 통장 잔고는 바닥나기 시작하면서 정신적 대미지는 또한 더해갔다.
퇴로가 막힌 현실과 의욕마저 바닥난 상황에 어쩌다 보게 된 유튜브 영상들은 나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내용들은 주로 자기 계발에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영상에서 얘기하는 것들을 참고 삼아 자기 계발 도서를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하며 나를 바꾸고 싶다는 열망을 더해갔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부질없는 책들도 많았지만 한 문장이라도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지 않았나 싶고 더욱이 이 기간은 내게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많은 책들에서 독서의 중요성과 러닝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한다.
어찌 보면 자기 계발서의 공식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시간이 흐른 뒤 생각해 보면 그 괴로웠던 코로나 시절에 나를 지탱해 준 건 독서와 러닝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은 시간이 없어 책을 많이 읽지 못하지만, 러닝은 그때부터 이어져 온 습관으로 루틴화되었다. 사실 루틴화되었다기보단, 뛰지 않으면 하루 종일 찌뿌둥한 걸 견디기가 쉽지 않다. 사실 러닝은 바깥 풍경을 보면서 달리는 게 최상이겠지만, 요즘은 바깥에서 달리기보단 트레드밀 위를 달린다.
아침에 헬스장에 가면 트레드밀 위에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뉴스를 시청하고, 어떤 이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어떤 이는 영화를 보고, 어떤 이는 주식 창을 열어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달린다. 또 어떤 이는 나처럼 음악을 들으며, 당장이라도 어딘가 목적지가 있는 사람처럼 숨 가쁘게 달려간다.
내가 러닝 할 때마다 듣는 플레이리스트의 제목이 바로 '로드워크'다.
로드워크라 하면 보통 복싱 선수가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해 묵묵히 달리는 훈련을 일컫는다. 어떤 이에게 '로드워크'는 영화 <로키>를 떠올리게 하겠지만, 내가 떠올리는 건 애니메이션 <더 파이팅>이다.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는 사람들에게 <더 파이팅>은 역시나 재미있는 작품이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더 파이팅>의 백미는 음악이다.
잇뽀의 다음 경기가 결정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로드워크를 할 때 흐르는 "Irradation"
https://www.youtube.com/watch?v=o2BE3IILRto&list=PLcmBDHx55LDPX4KW9KX5r7ABR7VVKEVbq&index=3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며, 두려웠던 다음 시합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열심히 달리는 장면의 "Arayashiki"
https://www.youtube.com/watch?v=lX8mthPC5vY&list=RDlX8mthPC5vY&start_radio=1
유쾌한 카모가와 짐의 훈련 모습이 담긴 "Footwork"
https://www.youtube.com/watch?v=m3iGU9xUq2s&list=PLcmBDHx55LDPX4KW9KX5r7ABR7VVKEVbq&index=2
샌도와의 격렬한 파이팅 "Naked Fang"
https://www.youtube.com/watch?v=YFwpUiwzmRc&list=RDYFwpUiwzmRc&start_radio=1
전체 시즌 최고의 곡으로 뽑는다. 중간중간 흐르는 브라스와 플루트의 멜로디는 나를 더 빠르게 달리게 한다. 성사되지 못할 뻔한 라이벌 센도 다케시와의 시합이 결정될 때 흐르는 "B.B.B (Big Bang Baby)"
https://www.youtube.com/watch?v=RPgsqf1fyTg&list=PLcmBDHx55LDPX4KW9KX5r7ABR7VVKEVbq&index=7
강력한 라이벌 센도 다케시의 스매시가 떠오르는 "Spread Ivy"
https://www.youtube.com/watch?v=M6wP0XDwbLc&list=PLcmBDHx55LDPX4KW9KX5r7ABR7VVKEVbq&index=1
그리고 어려웠던 시합에서 승리를 확정 지었을 때 흐르는 "Stand Proud"
https://www.youtube.com/watch?v=2i2LH5khz9Q&list=PLcmBDHx55LDPX4KW9KX5r7ABR7VVKEVbq&index=16
등을 들으며 트레드밀 위를 달리면, 마치 내가 카모가와 체육관 소속의 선수가 된 것 같다.
이쯤 되면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든다. 비로소 몸과 마음이 기분 좋은 고양감으로 가득 차고, 오늘 마주할 그 어떤 일이라도 기꺼이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샘솟는다.
흔히들 트레드밀의 지루함을 달래려 영상을 보며 달리곤 한다. 하지만 영상에 눈을 붙들리면 화면에 집중하느라 내 안의 목소리를 놓치기 마련이다. 반면, 나를 뜨겁게 고양시키는 음악을 길잡이 삼아 달릴 때면 감각은 오히려 내면으로 향한다.
거친 숨소리 사이로 묵혀두었던 고민들이 선명해지고,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차분히 정리된다. 나에게 이 시간은 단순히 체력을 기르는 운동을 넘어, 흐르는 음악과 겹쳐지는 영상을 떠올리며 삶의 방향을 다듬는 귀중한 훈련의 시간이 된다.
이제 하루를 시작할 준비는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더없이 행복하며, 여기에 흥을 한 스푼 얹자.
"Tamia ft. Talib Kweli - Officially Missing You (Remix)" https://www.youtube.com/watch?v=mFSCExFqCEM&list=PLcmBDHx55LDPX4KW9KX5r7ABR7VVKEVbq&index=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