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위로 - 영화<드라이브 마이카>

"나는 제대로 상처받았어야 했어."

by 결항


아픔과 고통은 직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있다. 주인공 가후쿠. 그는 자신의 오래된 빨간 승용차를 타고 출퇴근한다. 그의 직업은 연극 연출가다. 출퇴근길 운전은 운전기사 미사키가 맡는다.


가후쿠는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며칠 후 아내를 잃었다. 갑자기 쓰러진 아내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물론 외도와 관련해선 아내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채였다. 그는 분노하지 않았고, 이유도 묻지 않았다. 평상시와 똑같이 행동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내가 떠나고 몇 년 후, 연극 오디션에서 아내의 내연남 다카츠키를 다시 만난다. 가후쿠는 다카츠키를 캐스팅하고 둘의 관계는 가까워진다. 그리고 어느 날 퇴근길 가후쿠의 차에 동승하게 된 다카츠키는 가후쿠의 아내 이야기를 꺼낸다. 아내가 쓰고 있던 각본의 이어지는 이야기다. 자신이 외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에둘러 담았다. 남편 가후쿠에게 들려주려고 했지만, 전하지 못하고 떠난 이야기다. 자신에 대한 진실과 죄책감.


"진실은 그 어떤 형태로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진짜 두려운 건 진실을 모르는 것이다."


가후쿠는 외도 목격 이후에 애써 아내를 피하던 자신을 회상한다. 아내가 죽은 날도 그녀가 할 말이 있으니 일찍 들어오라고 당부했던 날이다. 그날 그는 동네를 맴돌다 밤늦게 귀가했고, 쓰러진 아내를 발견했다. 가후쿠는 뒤늦은 슬픔에 사무친다. 아내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나는 제대로 상처받았어야 했어."


그는 운전사 미사키와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하고, 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절망을 함께 나눈다. 그녀 역시 어머니에게 학대당한 깊은 상처가 있다. 산사태 속에서 어쩌면 가능했음에도 그녀는 어머니를 구출하지 않았다. 그 선택은 그녀에게 또 다른 깊은 상처가 됐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는 깊은 상처를 품은 이들의 조용한 위로다. 삶에서 만나는 크나큰 아픔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살다 보면 불현듯 찾아오는 불행과 슬픔을 우리는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keyword
화, 토 연재
이전 13화일을 사랑한다는 것은 - 책<랩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