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에 걸친 열정과 애정, 그리고 의지
'당신이 아무리 일을 사랑해도 일은 당신을 사랑해주지 않아요.'
책 <랩걸>은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여성 과학자의 자서전이다. 자신의 일을,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거나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하면서 읽을 것이다. 나는 내 직업을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녀의 긴 여정을 조금이나마 따라가고 싶은 마음에 책을 들었다. 기대했던 대로 그녀의 직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고스란히 와닿았다.
이야기는 저자 호르 자런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다. 그녀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과학을 꿈꾸고, 어머니의 영향으로 글과 익숙해진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실험실을 마음에 품게 된다.
'사람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과학을 선택한 것은 과학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다시 말해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내게 제공해 준 것이 과학이었다.'
이렇게 해서 과학은 그녀에게 삶의 전부가 된다.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녀는 팽나무씨 실험에서 첫 연구적 성과를 쥐게 되면서 남모를 환희와 성취감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전화하기 전까지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진실.
'싸구려 장난감이라도 새것일 때는 빛나 보이듯, 내 첫 과학적 발견도 그렇게 반짝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내가 작은 비밀을 손에 쥘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큰 비밀도 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일에서 얻어낸 첫 성과. 현실적으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아닐지라도 자신에게는 얼마나 큰 의미일까.
그녀는 석박사 조교 시절, 평생의 동료 과학자 빌도 만나게 된다. 그녀는 과학자로서 현장 실험과 학회 참석 등을 위해 미국 전역을 누비고, 더 나은 조건과 환경을 찾아 대학 교수직을 옮겨 다니게 되는데 그때마다 빌은 그녀와 함께 한다. 둘은 괴짜 같은 면모와 유쾌한 대화로 고난한 여정에서 서로에게 둘도 없는 동료가 되어준다. 힘든 시기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우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고, 문을 두드리는 것도 멈추지 않았고, 언젠가는 그 문들이 열리기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뿌리와 나무, 옹이의 과정을 거쳐 열매를 맺는다. 그녀는 한 모임에서 남편 클린트를 만난다. 그와의 사랑은 운명적으로 표현했다. '되지 않을 일은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노력해도 되지 않고, 마찬가지로 어떤 일은 무슨 짓을 해도 잘못될 수가 없다.'
그녀는 가정을 이루면서 연구에 더욱 전념한다. 자유와 사랑이 합쳐져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엄마가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조울증이 있던 그녀는 임신 과정에서 약을 끊고 고통과 우울의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출산 이후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감과 충만함을 만끽한다. 인생에서 온전한 열매들을 맺게 된 것이다.
여전히 그녀는 자신의 가족, 동료와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아이를 키우고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한다. 어린 시절 과학실에서 자신만의 전문적인 과학실을 일구기까지 여정은 나무의 성장 과정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모든 과정에는 과학과 식물에 대한 사랑이 빠지지 않았다. 모든 과정의 원동력이 됐다. 그녀는 매일 자신의 과학실에 있었고, 식물은 늘 그녀의 삶에 녹아 있었다. 일에 대한 평생의 열정이 현재 그녀를 있게 했다. 그녀의 삶을 단편적으로나마 공유할 수 있어서 내 마음과 열정도 따듯해졌다.
'이 일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야만 할 때를 빼고.'
'삶과 사랑은 버터와 같아서, 둘 다 보존이 되질 않기 때문에 날마다 새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