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기 - 영화<서브스턴스>

끝없는 욕망의 결과

by 결항


<서브스턴스>는 고어 영화다. 그래서 몇 번이나 관람을 망설였다. (고어 영화는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는 결말로 치달을수록 생각보다 더욱 '고어(gore)' 했다. 결말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나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외모지상주의 세상에 대한 강렬한 경고.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톱스타다. 어느 날 촬영장에서 자신의 나이와 관련한 모욕적인 말을 듣게 된다. 이때부터 세월의 흔적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여성 톱스타로서. 자괴감은 몰려오고, 자존감도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지나간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다.


이 와중에 엘리자베스 앞으로 의문의 우편물이 도착한다. 우편물에 적힌 주소를 찾아가 보니 의문의 장소에 박스 하나가 놓여 있다. 바로 '서브스턴스'. 또 다른 젊은 나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의문의 약물 주사제다. 그리고 전달자는 이렇게 전한다. "기억하라. 둘은 온전히 하나다", "균형을 지켜라."


그녀는 고민 끝에 서브스턴스를 몸에 투여한다. 즉시 엄청난 고통이 찾아온다. 척추의 맨살을 뚫고 20대 젊은 여성 수가 나타난다. 또 다른 자신이다. 규칙은 하나. 일주일씩 엘리자베스와 수로 살아갈 것.


엘리자베스가 살아 있는 동안, 수는 의문의 수액을 통해 의식이 없는 상태로 지낸다. 수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엘리자베스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지낸다. 다만 수는 살아있는 동안 엘리자베스의 척수액을 매일 투여해야 생존할 수 있다. 둘의 의식은 한 사람이다.


문제는 젊은 수의 욕심에서 시작된다. 톱스타 자리를 꿰찬 수는 엘리자베스의 척수액을 뽑아 일주일에서 하루, 이틀씩 자신의 생활을 더 지속한다. 규칙을 깨기 시작한 것이다. 수가 척추액을 뽑을 때마다 엘리자베스의 신체는 빠르게 노화된다. 엘리자베스의 생활은 갈수록 더욱 피폐해진다. 깨어날 때마다 불안감은 더해지고, 폭식증에 정신 이상증까지 나타난다.


결국 수는 톱스타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엘리자베스의 척추액을 모두 뽑는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엘리자베스의 척수액은 고갈된다. 수가 쓰러지고, 다시 깨어난 엘리자베스는 100세를 훌쩍 넘긴 노인의 모습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파멸이 시작된다...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통해 또 다른 젊은 나로 산다는 영화의 설정은 신선하다. 엘리자베스가 현실의 나라면, 수는 이상적으로 꿈꾸는 자신의 모습이다. 우리는 때때로 또 다른 나를 꿈꾼다. 다이어트를 하고, 가끔 의술의 도움을 받는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자 욕망이다. 더 나은 나를 위하여.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정말 젊은 수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단지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모두에게 인정받고, 영원히 사랑받을 수 있는 나를 갈망한 것은 아닐까. 이상적인 내 모습이 정말 내가 온전히 꿈꾸는 나의 모습일까. 세상의 기준과 틀에 맞춘 나는 아닐까.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선 '욕망에 대한 균형'이 필요하다. 영화에서 경고했듯이. 외모지상주의에 영원히 완벽한 '수'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세월과 함께 흘러가고 있다.


그러므로 나만의 수를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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