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두려워하게 된 죄는 확신"
확신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것은 믿음, 신념, 종교, 굳건함 등이다. 특히 절대적인 믿음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확신과 나란히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의심'이라고 영화 <콘클라베>가 제시한다.
"오로지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신앙도."
<콘클라베>는 제목 그대로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교황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면서 시작된다. 신임 교황 선출을 위해 콘클라베가 열리고, 로렌스 추기경이 단장을 맡는다. 로렌스는 콘클라베를 시작하면서 형식에서 벗어나 솔직한 소신을 밝힌다. 건강한 '의심'을 가진 교황이 필요하다고.
"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게 된 죄는 확신입니다.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입니다. 확신은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그리스도조차 마지막에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살아있는 까닭은 정확히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입니다."
콘클라베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신임 교황 후보로 추기경 4~5명 정도가 떠오른다. 하지만 로렌스는 콘클라베의 폐쇄된 공간에서 각 후보의 오점과 비리를 마주하게 된다. 그는 쉽사리 의심을 거두지 않고 증거를 찾기 위해 분투한다. 선거의 관리자로서, 한 명의 투표자로서 올바른 선출을 위해 책임을 다한다. 그리고 모든 문제를 가감 없이 폭로함으로써 부적합한 후보를 가려낸다.
그렇게 콘클라베는 미궁으로 빠진다. 후보자들의 욕망과 비리가 낱낱이 드러난 혼란 속에서 젊은 추기경 한 명이 목소리를 낸다. 그는 중동 분쟁지역에서 온 빈센트 추기경이다.
"교회는 전통이 아닙니다. 교회는 과거가 아닙니다. 교회는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빈센트의 발언이 콘클라베에 참석한 추기경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고 압도적 지지로 신임 교황에 선출된다. 물론 그에게도 결함은 있었다. 하지만 오점이 아닌 결함에 불과했다. 빈센트는 자신의 생물학적 결함을 알고 있는 로렌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의 확신 사이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저는 알아요."
종교의 이야기로 '믿음'보다는 '의심'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무척 흥미롭다. 우리는 종교를 포함해 수많은 진리와 법칙에 대해 절대적인 확신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쩌면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확신보다 의심일지도 모른다. 의심은 불안하고 불편하지만, 끊임없는 긴장과 올바른 확신을 이끌어 준다.
무언가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떠올려야 할 것은 의심이다. 의심은 우리가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그것이 비록 종교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