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함을 위하여 -책<사랑과 결함>

완전한 사랑은 없기에, 너무나 현실적인

by 결항


'내가 아는 것은 고모나 엄마가 그저 나에게 끔찍한 사랑을 흠뻑 물려주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아직도 그 사랑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 사랑과 결함이 나를 어떻게 구성했는지도.'


사랑이 주는 감정은 양가적이다. 사랑을 떠올리면서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랑은 항상 아픔과 이별을 데리고 온다. 그래서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이다.


국내 소설 <사랑과 결함>은 젊은 작가의 단편 소설집이다. <사랑과 결함>을 포함해 10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모두 젊은 여성을 둘러싼 관계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친구와 이성, 가족을 포함해. 다만 이들의 사랑은 서로의 상처와 결함으로 인해 서툴고 아프다. 어찌 보면 너무나 현실적이다.


<사랑과 결함>은 주인공 성혜와 고모 순정의 이야기다. 고모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녀와의 관계를 회상하게 된다. 고모는 아들이 한 명 있는 남자와 결혼했지만 '소박'을 맞아 성혜 가족과 함께 살았다. 어린 성혜와 함께 방을 썼는데, 고모는 밤마다 정신과 약을 먹고 기도를 한 뒤 잠에 들었다. 때론 술을 많이 마시기도 했다. 성혜는 어느 날 고모를 따라 몰래 정신과 약을 다량 복용했다가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고모는 그런 성혜를 매우 사랑했다. 성혜도 고모의 사랑을 알고 따랐지만, 그녀의 결함은 성혜에게 영향을 준다.


고모와 엄마의 관계도 성혜는 불편하다. 고모와 엄마는 서로 싫어하는 사이였으니까. 고모는 항상 성혜에게 묻곤 했다. 자신이 좋은지, 엄마가 좋은지. 그리고 성혜를 '지 엄마만 끔찍이 아끼는 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성혜는 자신이 사랑하는 두 여자가 서로 미워하는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었다.


사실 고모는 관계에 대한 불안도 안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은행업무를 성혜 전 남자친구인 수에게 부탁한다. 수에게 '가족은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남기며. 또 성혜가 선물로 준 로봇청소기를 수에게 전달한다. 엄마에게만 가전제품을 사준다고 서운해하는 바람에 성혜가 사준 것이었다. 수는 성혜에게 로봇청소기를 다시 돌려준다.


'희미한 정신으로 눈을 떴을 때 순정의 로봇 청소기가 빈 벽에 제 몸을 부술 듯이 처박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전원을 켜고 끄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달려가서 끝내 전원을 끄지도 못하고 청소기를 끌어안았다.'


사랑도 사람처럼 완전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는 감정과 관계가 깊어질수록 자신의 결함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 사랑은 결함을 동반한다. 불완전한 사람은 자신의 결함과 상처를 돌보지 못한 채 사랑하는 상대에게 함께 아픔을 준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결함을 알게 되고, 그것을 껴안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함이 없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성혜도 어린 시절 고모와 엄마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하지만 따뜻하고 평온한 감정의 사랑만 전달된 것은 아니었다. 고모의 아픔도, 엄마의 아픔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타고 성혜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사랑하기에 결함과 고통도 주게 되는 아이러니.


결함과 결함들이 만나 우리는 어떤 사랑에 이를 수 있을까. 그 사랑이 완전할 수 없겠지만, 온전함에는 이를 수 있을까.



keyword
화, 토 연재
이전 08화그의 삶을 알게 되면 - 영화<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