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인식, 그리고 믿음.
잠자는 동안 꿈을 정말 많이 꾸는 편이다. 새벽 늦게 잠들어 수면의 질이 좋지 않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지만. 눈을 뜨면 유독 꿈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날들이 많다. 마치 조금 전에 있었던 일처럼. 잠시동안 꿈을 되새겨 본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면 꿈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게 뒤엉키다가, 이내 아예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꿈을 꾼 적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꿈은 영화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꿈과 현실 세계를 오가거나, 꿈이 어떤 역할을 하고 때론 계시를 주기도 한다. 꿈은 일종의 가상 세계로 그려진다. 그리고 늘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꿈과 현실 중에 어느 세계가 진짜인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현재 살고 있는 현실 세계는 진짜인가.
가상 세계를 표현한 대표적인 영화가 <매트릭스>다. 매트릭스는 20세기말인 1999년 나온 영화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꽤 신선하고 많은 지적 자극을 선사한다.
영화는 가상현실과 미래 세계를 담고 있다. 매트릭스는 일종의 가상현실을 말한다. 미래 지배자들이 인공지능(Al)을 통해 인간과 세상을 통제한다. 이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과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다. 인간들은 가상현실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현실을 살아간다. 갖춰진 시스템 아래에서.
주인공 네오는 해커다. 매트릭스를 통해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과 맞서 싸우는 저항 세력들, 모피어스와 티리니티 등은 네오를 찾아 나선다. 네오가 매트릭스로부터 인류를 구할 ‘그‘로 유력하기 때문이다. 네오는 2199년의 진짜 세계에서 가상현실로 돌아와 인류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모피어스가 네오를 처음 만나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을 건네는 장면은 유명한 명장면이다.
빨간약을 먹으면 현재 살고 있는 장소가 가상현실임을 알게 되고, 고통 속의 진짜 현실로 돌아감으로써 진실을 깨닫게 된다. 현재가 가상현실임을. 반면 파란 약을 먹으면 진실은 외면한 채 현재의 가상현실에 안주해 살아가는 선택이 된다. 불편한 진실을 직면할 것인지 외면할 것인지, 선택 기로에서 자주 쓰이는 장면이다.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
진짜 세계와 진실들. 누군가에게는 삶의 목적이자 의미가 될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자신의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진실을 알아야 내가 어떤 존재인지,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등.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되면 이게 진짜인지는 차치하고, 인간이 진실을 인식하고 믿기로 하는 순간부터 이는 진실이 된다. 진실로서 힘을 발휘한다. 인간의 믿음과 선택 의지가 담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가 믿기 시작했어.”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다르지.”(모피어스)
진짜 세상과 그 속에서 인간의 인식, 믿음, 의지.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찾아 헤맬 수밖에 없는, 그러나 풀기 힘든 문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