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위협해도 이겨낼 수 있는

by 솔립

눈동자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검은 덩어리는

세상의 모든 빛들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킨다.


한 치의 빛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볼이 미어터지도록 우악스럽게 처넣는다.


먹는 빛의 양만큼

덩어리의 옆구리는 뒤룩뒤룩 살쪄간다.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지고

한 치 앞은 안개낀 듯 뿌옇다.


스스로 덩치를 감당 못 하는 그들은

얼굴에 어깨에 가슴에

자리를 깔아 눕는다.


"아이고야."


전세 계약서도 없이

덩치로 밀고 들어와 자리를 꿰찼다.


그들이 내게 주는 자릿세는

어둔 낯빛과 돌덩이 같은 어깨.


자기가 집주인인 듯양

자리를 깔고 누운 모습은

너무나도 꼴보기 싫었다.


드디어 결심했다.

그들을 내쫓아버리기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는

덩어리의 뺨따귀를 때린다.


보송보송한 천의 조각은

녀석의 숨통을 조아버린다.


그러자 시위하듯

커다란 엉덩이를 깔고 앉아

속눈썹을 잡고 놔주질 않는다.


호통치는 빛의 여왕은

나가라며 채찍질 한다.


덩어리는 속눈썹을 잡은 채

그대로 녹아버리고 만다.


죽은 줄 알았더니,


녀석은

한 발 두 발

걸음을 뗄 때마다

내 위로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등 뒤에서 졸졸 쫓아오고 있었다.


언제 내가 어둠으로 가는지 감시하다

다시 어둠의 방문을 열 때

위에서 짓누를 것이다.


"밤이 되기만을 기다려야지."


그들이 밤의 왕에게 잡아먹히기만을 기대하며.



<그림자> , 솔립



(타이틀 이미지 출처 Unsplash @martino-pietropo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