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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Aug 17. 2021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자

모두가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님을

출처 Unsplash @simon-maage



중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있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의 집안 사정은 좀 복잡했던 것 같다.


그 친구에게는 12살 터울의 언니가 있었는데, "언니에게는 문신이 있는데 나는 커서 절대 문신을 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결혼하면 아이 보여주기도 그렇고, 언니도 문신을 지운다고 하는데 문신 지우는 게 더 아프다고 하더라." 라고 말했다.


또, 보건 시간에 흡연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보건 선생님께서 흡연이 몸에 좋지 않다는 내용을 설명해주셨다. 그 수업이 끝나고 청소시간. 난 그 때, 재활용 쓰레기 담당이어서 곳곳에 흩어져있는 종이를 펴서 바구니에 담는 역할을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종이를 펼쳐서 바구니에 담는데, 그 종이에는 친구의 필체로 보이는 글이 적혀있었다. 어린 마음에 궁금해서 그 내용을 읽어보니 ‘엄마께 보내는 글로, 담배가 몸에 좋지 않으니 담배를 끊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아, 이 친구의 어머니가 흡연을 하시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중학교 시절을 잘 보내고, 성인이 되었다. 나는 그 친구와 간만에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친구는 자신이 문신을 했다며 허벅지에 꽤 큰 크기의 장미 모양 문신을 자랑했다. 또, 담배도 자연스레 탁자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어릴 적의 “난 절대 문신을 하지 말아야지.”, “담배가 몸에 안 좋은데 어머니에게 편지를 써야지.”라는 그 다짐은 온데간데 없었다. 물론 중학생과 성인 사이 그 몇 년동안 그 친구에게 큰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기간동안 옆에서 그 친구의 성장과정을 봐왔던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중학생 시절의 모습을 더 생각하고 있었기에 친구에게 왠지 모를 실망감이 들었다.


친구는 너무 많이 변해있었다. 문신을 했다고 해서,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와 사상이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또, 친구는 술을 마시거나 놀러다니는 걸 좋아했지만 내 성향은 정반대였다. 그렇게 성향 차이로 친구와 나 사이에는 연락이 뜸해지면서 멀어져갔다.





성인이 된 이후, 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 6명 정도 모인 적이 있었다. 그 전에 친구들의 연락처를 카톡으로 주고 받으면서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봤다.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라진 친구들이 많았다. 순수했던 친구가 엇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졸업 후 10년 뒤에 모이자는 약속'을 반 단체로 한 적이 있었다. 난 그 약속을 잊지 않았고, 6학년 때 팀워크도 너무 좋았고, 선생님도 너무 좋았기에 다들 나와 같은 마음일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서른 몇 명 중에 단 6명 정도만 참석했다는 것 자체부터가 다들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는 거였다. 그 긴 세월 동안 마음이 그대로일거라고 생각했었던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그 이후로는 동창회를 가진 적도 없었고, 흐지부지 동창회는 끝나버렸다. 동창회라고 말하기에는 거창한... 그냥 모임일 뿐이었다.



출처 Unsplash @jan-tinneberg



차라리 기대로만 남겨두고, 만나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모습을 기대하는 게 바보 같은 짓이고, 그들이 변했다는 게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렇지만 그 실체를 맞이하는 순간 추억은 추억으로 남지 않게 된다. 그래서 난 추억 그대로 남겨두려고 한다.


어쩌면 내 자신도 많이 변했을 거다. 내가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다음에 인연이 되려거든 우연한 기회에 옛 친구를 만날 것이며,
인연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추억 속에 옛 기억을 묻어둔 채 살아갈 것이다.



혹은 후에 친구가 생기더라도, 마음에 맞으면 오랫동안 친구가 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잠시 스쳐지나가는 친구로 남을 것이다. 한 명 한 명의 사람과의 인연에 예전처럼 연연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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