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피해자를 대하고 있는가.

by 솔립
kari-shea-hbRipyKueC8-unsplash.jpg 출처 Unsplash @kari-shea


요즘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그 중 MBC <실화탐사대>를 보는데, 안타까운 사고로 돌아가신 여자의 부모님이 하신 인터뷰 장면이 있었다.

이런 말을 해선 안 되지만,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투가 굉장히 꾸며내듯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그런 말투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 괴리감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 또다시 다른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나는 피해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거지?


피해자는 항상 움츠러들어야 하고, 울어야 하고, 슬픈 표정을 짓고만 있는 게 맞는 건가?




인터넷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어린 아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몇 달이 지났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이웃과 모여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이를 본 한 이웃은 그 어머니를 보고 ‘아이가 죽었는데 웃음이 나오냐?’라고 했다.



우리는 피해자 혹은 그 유가족을 항상 그런 식으로 생각해왔던 것이다.

말로는 ‘아픔을 툭툭 털고 일어나서 밝은 웃음을 보여줘야지.’라고 하면서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우리는 피해자의 모습을 미리 머릿속에서 규정지어버리고, 그 틀에 맞게 피해자를 대했다. 그 틀에 벗어난다면 ‘너는 피해를 당한 사람인데 왜 그렇게 행동하니?’라며 피해자를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상한건 피해자가 아니라 우리인데 말이다.


혹은 이런 경우도 있다.


내가 피해자를 위로해줌으로써 마치 내가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우월감을 들게 한다. '착하다, 좋다'가 우월감을 주는 단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피해자가 항상 풀이 죽어있기를 바라면서 '힘내요'라고 하면 피해자가 '감사해요'라고 말하는 것에 희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힘내요'라고 말하면 그에 대한 답으로 '그런 말 좀 그만해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상대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음으로써 나도 너에게 얄팍한 도움을 주었다라는 성취감이 들 수도 있다.


상대의 반응에 따라 나도 이런 감정을 즐기고 싶어서 피해자에게 항상 슬픈 태도를 유지하게끔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rosie-sun-rTwhmFSoXC8-unsplash.jpg 출처 Unsplash @rosie-sun



“그런 일을 당해서 어떡해요... 안 됐어요...”라며 공감하는 태도는 좋지만, 항상 그렇게 봐주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고통이다. 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앞에서 언제나 안쓰러운 태도로 대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잊으려고 하는 고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얼른 고통 속에서 빠져나오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떠나간 이를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되, 그들을 평소대로 대해주는 것이 맞다.


편협한 시선에 갇혀 그들이 맞춤 틀처럼 행동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피해자, 유가족의 정해진 모습은 없다. 일반 사람의 모습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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