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초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에세이를 쓰고 있다. 사생활이 담긴 에세이나 감동적이고 위로를 주는 에세이를 쓰긴 했지만 내가 쓰는 에세이의 주제는 대체로 사회문제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글의 느낌 자체가 굉장히 비판적이고 어투도 센 편이다. 이런 글들은 내 주장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있어야 한다. 근거가 있어야 독자들이 내 주장에 수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게,내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처음에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죠? 내 생각도 인정해주세요!' 이런 마음으로 썼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갈 수록 이제는 인정 욕구보다는 '내 생각이 맞지? 그렇다고 말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회문제를 다루면서 사회에 이미 만연하고 있는 인식이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다양한 시각에서 보는 글을 썼다. 새로운 시각이기 때문에 언뜻보면 내가 쓴 글에 공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고정관념을 깨고 다른 관념을 제시하고 있는데, 내가 쓴 이 글이 오히려 더 편협한 시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고정관념을 깨는 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많은 고정관념이 다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을 때 그걸 깨기 위해 일부러 '남자는 분홍색, 여자는 파란색'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그런데 이것 자체도 고정관념에 반대하는 또다른 고정관념이지 않을까?
틀어박힌 인식을 깨서 반대로 가기보다는 그 인식을 포괄하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까지 고정관념을 포함하는 관념보다는 고정관념과 반대되는 관념에만 집착하며 이 생각이 맞다고 독자들에게 인식을 주입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놓고 내 의견에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느낌이 있다면 '그래도 내 의견이 맞는 것 같은데?'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속으로는 가지지만, 찌질한 마음에 괜한 논쟁거리를 만들기 싫어서 상대의 의견에 '수긍하는 척'을 했었다. 오만한 생각이었다.
출처 Unsplash @dewang-gupta
본격적으로 책을 내고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작가가 되기 위해서라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야 더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쓸 수 있을 텐데 글을 쓰기 이전이나 이후나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독서도 그러한 것 같다.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작품을 읽으려고만 하고 자기계발서 같은 건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전 에세이에서 '우물 안 개구리도 행복할 수 있다.'는 주제로 글을 썼다. 우물 안이든 우물 밖이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 어디에 집중해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는 메세지를 구글 수석 디자이너님을 통해 전달했다. 그런데 우물 안에서 무엇을 하든 행복하면 좋겠지만, 그 행복이 내가 합리화 해서 만들어 낸 행복이 아닐까? 그러니까 내가 우물 안에 갇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고, 나와 반대되는 의견은 다 무시해버리고 보려는 의지도 없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겉으로는 행복해보일 수 있겠지만, 속으로는 어떤 찝찝함을 가지면서 '내 의견이 맞다!'는 합리화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멍청한 행복 아닐까?
이렇게 또 글을 썼지만, 나는 또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걸 깨닫고 달라진 점은 '내 의견만 너무 주장하지 않겠다'는 거다. 고정관념과 대치되는 의견만이 존중되는 게 아니라 고정관념을 포함하는 커다랗고 넓은 관념.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그 노력이 글로 드러나야 할 텐데 걱정이 되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