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에 반하는 관념도 고정관념이 될 수 있다.

오히려 편협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by 솔립
출처 Unsplash @tingey-injury-law-firm


작년 9월 초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에세이를 쓰고 있다. 사생활이 담긴 에세이나 감동적이고 위로를 주는 에세이를 쓰긴 했지만 내가 쓰는 에세이의 주제는 대체로 사회문제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글의 느낌 자체가 굉장히 비판적이고 어투도 센 편이다. 이런 글들은 내 주장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있어야 한다. 근거가 있어야 독자들이 내 주장에 수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게, 내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처음에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죠? 내 생각도 인정해주세요!' 이런 마음으로 썼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갈 수록 이제는 인정 욕구보다는 '내 생각이 맞지? 그렇다고 말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회문제를 다루면서 사회에 이미 만연하고 있는 인식이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다양한 시각에서 보는 글을 썼다. 새로운 시각이기 때문에 언뜻보면 내가 쓴 글에 공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고정관념을 깨고 다른 관념을 제시하고 있는데, 내가 쓴 이 글이 오히려 더 편협한 시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정관념을 깨는 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많은 고정관념이 다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을 때 그걸 깨기 위해 일부러 '남자는 분홍색, 여자는 파란색'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그런데 이것 자체도 고정관념에 반대하는 또다른 고정관념이지 않을까?

틀어박힌 인식을 깨서 반대로 가기보다는 그 인식을 포괄하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까지 고정관념을 포함하는 관념보다는 고정관념과 반대되는 관념에만 집착하며 이 생각이 맞다고 독자들에게 인식을 주입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놓고 내 의견에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느낌이 있다면 '그래도 내 의견이 맞는 것 같은데?'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속으로는 가지지만, 찌질한 마음에 괜한 논쟁거리를 만들기 싫어서 상대의 의견에 '수긍하는 척'을 했었다. 오만한 생각이었다.



출처 Unsplash @dewang-gupta


본격적으로 책을 내고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작가가 되기 위해서라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야 더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쓸 수 있을 텐데 글을 쓰기 이전이나 이후나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독서도 그러한 것 같다.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작품을 읽으려고만 하고 자기계발서 같은 건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전 에세이에서 '우물 안 개구리도 행복할 수 있다.'는 주제로 글을 썼다. 우물 안이든 우물 밖이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 어디에 집중해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는 메세지를 구글 수석 디자이너님을 통해 전달했다. 그런데 우물 안에서 무엇을 하든 행복하면 좋겠지만, 그 행복이 내가 합리화 해서 만들어 낸 행복이 아닐까? 그러니까 내가 우물 안에 갇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고, 나와 반대되는 의견은 다 무시해버리고 보려는 의지도 없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겉으로는 행복해보일 수 있겠지만, 속으로는 어떤 찝찝함을 가지면서 '내 의견이 맞다!'는 합리화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멍청한 행복 아닐까?


이렇게 또 글을 썼지만, 나는 또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걸 깨닫고 달라진 점은 '내 의견만 너무 주장하지 않겠다'는 거다. 고정관념과 대치되는 의견만이 존중되는 게 아니라 고정관념을 포함하는 커다랗고 넓은 관념.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그 노력이 글로 드러나야 할 텐데 걱정이 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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