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이런 비슷한 내용에 대해서도 글을 쓴 적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서 또다시 글을 쓰는 이유는 다시 한번 이 이유에 대해 상기시키고자하기 위함이다.
아, 이거 해야 되는데... 저거 해야 되는데...
왜 자꾸 미루려고만 할까?
이 글을 쓰는 나도, 지금 미루고 있는 일이 있다.
야, 너도 지금 미루는데 누가 누굴 가르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세상의 모든 똑똑하고 성공한 사람들도 한번 쯤은 어떤 일을 미뤘던 경험이 있지 않을까? 또,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이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게 정답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고심해서 생각한 결과, 일을 자꾸만 미루고자 하는 이유는 그 일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자격증 시험이 있고 책상 정리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아! 자격증 시험 얼마 안 남았는데, 책상 정리는 나중에 해도 되는 거니까 빨리 공부하자!" 라고 하는 사람이 많을까? "시험 있는데... 일단 책상이 좀 더러우니까 치우고 시작하자!"라는 사람이 많을까?
내가 생각할 땐 책상 정리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자격증 시험이 너무 중요하다는 걸 아니까, 좀 더 완벽하게 그 일을 하고자 책상 정리를 하는 것일 수 있다. 책상 정리를 해야 머리도 맑아지고, 치움으로써 긴장을 좀 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굳이 책상 정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중요치 않은 일들이 있으면 그 일들을 먼저 하곤 한다. 자격증 공부하다가 중요치 않은 일들이 먼저 생각나서 '공부가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들까봐 미리 헤치워버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결국 최종적으로 자격증 공부를 미루고 싶은 건, 자격증 취득은 나에게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 과정도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섣부르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완벽하게 공부를 하지 않아도 공부를 할 수 있고, 자격증 취득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라는 게 참 쉽게 변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다루기 어렵다.
이 공부를 위해 내가 만반의 준비를 다 해야할 것 같은 마음.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게 다 수포로 돌아갈 것 같은 마음. 공부 할 때는 누가 나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 그게 사람이든 분위기이든 뭐든 말이다.
이성적으로는 공부를 그렇게 큰 힘을 들여서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마음이 이성을 이겨버린 것이다.
가끔 사람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곤 한다. 이게 정답인 걸 알면서도, 내 감정과 직관이 이끄는 쪽으로 답을 내리고 마는 그런 일 말이다. 지금 당장 공부해야 한 시간은 더 많이 공부 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지금 책상정리를 하지 않으면 공부가 잘 되지 않을 것 같아! 자고로 공부는 깨끗한 환경에서 해야 잘 되는 거라며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책상정리를 하는 것이다.
<대화의 희열>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셔서 미루는 사람의 특징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신 기자 : 미루는 게 전혀 즐겁지 않다. 초조하고 불안해요. 최대한 미루다가 막판에 해치워요. 이 악순환 좀 끊고 싶다. 왜 이러는지 궁금하고, 어떻게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팁을 얻어가고 싶다.
오은영 박사 : 보통 사람들이 숙제나 일을 미룬다고 하면 게으르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완전 반대일 가능성이 큽니다. 미루는 습관은 게으른 게 아니라 굉장히 잘하고 싶은 것인데요. 이 분들은 완벽주의 성향으로, 잘하고 싶은 기준이 높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못해서, 적당히 해서 창피해질 바에는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도 있고, 완벽하지 못할 거란 두려움에 일과 숙제의 시작을 미루는 것입니다. 남들이 봤을 때 늘어져 보이지만 불안과 긴장을 낮추기 위한 행동이에요. 머리로는 해야 하는 걸 알고 있어서 마지막에 '이거 지금 안 하면 죽음이다' 극한의 긴장감을 올려 달리는 마차에 불을 지피는 것처럼 몰고가서 벼락치기하는 거죠. 긴장감을 삶의 근원적 에너지로 사용하는 겁니다.
이런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미루긴 해도, 완벽주의 성향이 있기 때문에 실제 수행도나 완성도는 굉장히 높습니다.
오은영 박사님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라이프 라인'을 설정하라고 하셨다. 데드 라인을 '삶의 선'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이다. '안 하면 죽겠구나.'라는 선이 아니라 '하면 살겠다.'라는 선으로 바꾸면 극한의 긴장감이 덜 하고,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안 하면 죽겠다는 데드 라인보다 라이프 라인이 더 앞서있기 때문에 실제 기간보다 앞당겨서 그 일을 마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완벽에 대한 기준을 낮추는 방법도 말씀해주셨다.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것이다. 너무 완벽에 대한 기준이 높아버리면 하긴 했어도 실망하기 때문에, 다음에 시작을 하려고 할 때 또 실망할까봐 쉽게 일을 시작할 수 없다. 완벽하게 하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까 우선 끝까지, 완성이라고 해보자.' 혹은 '일단 시작이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으면 좋을 것이다. 완벽하게 하기 위해 아예 시작 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완성이라도 하려고 시작을 하는 것이 훨씬 나을 테니 말이다.
책 <이번 생은 N잡러>에서 본 해결 방법도 제시하려고 한다. 일을 미루는 사람을 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이 방법을 통해서 미루는 습관을 좀 약화시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은 여러가지 일로 인해 어떤 일을 먼저 해야하는 지 혼란스러울 때 사용하면 좋은 방법이다.
일의 우선순위를 각 항목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그 항목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작가님은 중요도와 난이도 등으로 순위를 정하신다. 중요도가 높은 것은 당장 해야하는 일을 의미한다. 나에게 의미있는 일은 아닐 수도 있다. 중요도가 낮은 것들은 당장 해야하는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이다. 작가님은 제일 1순위를 중요도가 높고 난이도가 낮은 것들이다. 그 외의 순위는 솔직히 기억은 안 나지만 각자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에 따라 순위를 정하면 될 듯하다.
나라면 1순위는 그렇게 하고, 2순위는 중요도가 낮고 난이도가 낮은 것들. 3순위는 중요도가 높고 난이도가 높은 것들, 4순위는 중요도가 낮고 난이도가 높은 것들. 이렇게 할 것 같다. 2,3순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난이도가 낮은 것들이 나에게 주는 보상이 더 빨리 다가올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난이도 낮은 것들을 앞 순위에 배치했다.
이런 순위를 정하면 내가 무엇을 먼저 해야할 지 눈에 딱 들어오기 때문에 미루는 걸 덜 하게 될 수 있다. 이렇게 적음으로써 생각보다 해야 할 일들이 많지 않구나! 라고 느낄 수도 있고, 내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또, 걱정했던 것보다 실상은 괜찮은 부분이 많아서 그 실상을 시각적으로 보면 '어? 생각보다 할만한데?'라면서 자신감을 얻는 경우도 있다.
일을 자꾸 미룬다는 건, 내가 게으르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나는 완벽하고 싶다는 반증이 된다.
하지만 너무 이 말을 믿고 '난 완벽한 사람이기 때문에 일을 함부로 시작하지 못하는 거야!'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말함으로써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도 없으면서 게으른 성향을 스스로 숨기고 합리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하기 전에
내가 어떤 일을 했을 때 완벽하게 일을 끝낸 적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혹은 완벽하게 해보려고 한번이라도 애쓴 적이 있었을까?
그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한번 본인을 테스트해보길 바란다.
진심도 아니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본인의 게으름을 숨기는 것이고, 진심인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본인은 완벽하게 하려는 성향이 크다는 것이다. 진심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답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완벽한 성향이든 아니든, 완성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일을 좀 더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일이 있다면 각자의 우선순위를 정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일을 미룬다면 '난 게을러.'가 아니라 '내가 그 일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완벽하게 하고 싶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수도 있다. 또, 그 말은 내가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말이니까, '나도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고자하는 열정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