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인에게 코로나19란?
시각 장애인에게 코로나19란?
몇 개월 전에 마스크가 청각장애인에게는 당황스러움의 존재라는 건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사람들의 입모양을 읽어서 말을 알아듣는 청각 장애인들에게는 마스크가 당황스럽고, 불편한 존재다. 그래서 지금은 중간에 투명막이 된 마스크도 나오고, 페이스 쉴드도 있다. 하지만 이도 청각 장애인이 겪고 있는 불편함을 완전히 없애주진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에 더욱더 충격적인 영상을 봤다. 바로 이 시국을 겪고 있는 시각 장애인들이다.
아파트에 살고 계신 분은 코로나19로 인해 큰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바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여진 향균 필름이 문제였다. 엘리베이터 층수 전체를 덮는 향균 필름 때문에 층수의 점자가 가려져서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버튼을 더듬더듬 만져서 겨우 1층으로 내려오신다. 이 과정에서 남들이 다 만진 부분을 전부 다 만지신다.
이 분은 시각장애인 안마사이신데, 직장이 1층에 있는 게 아니라 지하에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손잡이를 만져야 했다. 그 과정에서 또 남들이 만진 부분을 다 만지신다. 그래서 이 분은 직장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하는 일이 손 씻기였다.
그 후 일을 시작하신다. 코로나19 전에는 하루에 50명 정도의 손님이 오셨는데, 코로나19가 터진 이후로는 하루에 4명 정도밖에 오지 않으신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이 시각 장애인이어서 다른 직장을 쉽게 구할 수는 없어서 이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하신다.
직장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집에서도 이러한 일은 일어난다. 최근에 나오는 휴대폰은 다 터치스크린이기 때문에 만져지는 모든 감각은 동일하다. (시각 장애인용 휴대폰도 따로 있긴 하다.) 휴대폰에서 글을 읽어준다고는 하지만 쇼핑, 배달 앱을 쉽게 이용할 수 없다. 휴대폰은 음성으로 '텍스트로 된 글'을 읽어주지만, 이미지 안에 텍스트가 있으면 그 글은 기계가 읽을 수 없다고 한다. 인터넷 기사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동선도 이미지 파일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 읽을 수가 없다고 한다.
어느 복지관에 가니까 코로나19 때문에 QR코드를 찍어야 입장 가능하다고 했지만, QR코드를 찍을 수가 없어서 결국 들어가지 못하셨다고 한다.
이렇듯 비장애인에게는 아주 일상적인 일이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엄청난 고난이다.
“사람이 뭔가 처지는 느낌이 들어요. 대화라는 게 필요하고...”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비장애인들도 항상 조심하며 다니고 있지만, 장애인들에게 코로나19는 감염의 위험에다가 생활 속의 위험까지 느낀다. 모두가 위험한 코로나19. 그러나 장애인들은 이마저도 소외된다. 사소한 것이라도 장애인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또, 캔 음료수 윗부분에 점자가 적혀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점자를 읽어보면 전부 ‘음료’라고 밖에 쓰여있지 않다고 한다. 즉, 이 음료수가 콜라인지 포도맛인지 모르고 사 먹는다는 것이다. 시각 장애인분은 이제 익숙해져서 랜덤으로 뽑는 것처럼 좋아하는 맛이 걸리기를 바란다고 하신다. 적어도 어떤 맛인지는 적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19 브리핑에는 항상 옆에 수어 통역사가 나오신다. 난 그걸 보면서 “아, 전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점점 장애인들을 위해 애쓰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각 장애인들이 겪는 코로나19의 내용을 보고 나서는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 전쯤인가? CF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기를 본 적이 있다. 거기에선 시각장애인들이 나오며 기기한테 “이것 좀 해줘~”라며 얘기하니까 기기가 그 내용을 들어준다. 그 CF를 보며 인공지능이 시각 장애인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시국에도 적용해보면 좋지 않을까? 예를 들어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버튼 대신에 따로 인공지능을 설치하는 것이다. 시각 장애인용 버튼을 누르면 안내 음성이 나오면서 “층수를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하면 “1층으로 가줘.”라고 말하면 되는 것이다. 충분히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해낼 수 있다고 본다.
현재도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AI 서비스, 휴대폰, 생활용품 등등 만드시는 분들도 많고, 만들려고 하시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아직도 기본적인 생활을 하시는데도 불편함을 겪는 분들이 많다.
이렇듯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의 입장에선 생각하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도 앞을 잘 못 보는 것 같다.
좀 더 세상을 넓게 보는 눈을 가져서, 어떤 시스템을 만들 때 장애인들도 꼭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
(타이틀 사진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