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시리즈 1 - 그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자수성가한 어른의 이야기가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에세이나 TV, 유튜브 같은 각종 매체에서 흔히 말하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대학 졸업반인데, 제가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새내기인데, 전공을 잘못 선택한 것 같아요."
이에 대한 답은 "아직은 젊으니 더 많은 것을 경험해봐도 좋다. 여행을 가서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해봐도 좋고, 그렇지 못한다면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어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회생활을 미리 해보는 것도 좋다." 혹은 "20대는 아직 기회가 많으니 더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라."라고 한다.
나이가 좀 더 들어서 다시 본다면 이 답이 공감이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답은 정답이 아닌, 그냥 답이다. 여기에서 내가 간과했던 것들을 짚고자 한다.
여러 매체에 나와 저런 답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 세대에서 나름 성공한 사람들, 우리와는 세대가 달라 현재 20대와 같은 취업난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 뒷배경이 좋아서 실패하는 것에 대해 별로 두렵지 않은 사람들, 뒷배경이 없다고 해도 사업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 상위권 혹은 외국 대학교 출신의 사람들 등등이다. 물론 땡전 한 푼 없이 일궈내서 스스로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현재 방황하고 있는 세대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저 어른들이 정말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함께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냐는 것이다.
잠깐 본 뉴스가 기억이 난다. '현재 취준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은 스펙을 갖고 있다. 그러나 취업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
그 성공한 어른들이 현재 취준생이 되어 취업시장의 문을 뚫으라고 하면 100이면 100, 다 뚫을 수 있을까? 본인이 방황했던 시대는 지금 방황하는 자들의 시대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
또한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본인의 살아온 이야기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미 본인은 성공했기 때문에 '여러 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저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때는 진짜 죽고 싶었어요.' 이런 말들을 나름 추억하며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 세대의 어른들 중에서도 여러 번 실패를 겪고, 또 여러 번 실패를 겪어서 성공에 좌절한 사람들,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해버리다 결과적으론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강연 같은 프로그램 자체에 설 수도 없다.
왜? 미디어에서 봤을 때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다지 필요가 없어서. 지금의 방황하고 있는 20대들에게 큰 교훈을 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 '성공한 자수성가', '실패를 딛고 이겨낸 사람' 이야기만 들어야 할까? 왜 사회적 지위, 자본 등의 기준으로 성공, 실패라는 단어로 나누어야만 할까? 답은 여러 가지일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저 사람처럼 돈 많이 벌고 싶거나 사회적 지위를 갖기 위해서다. 그 이야기를 미디어를 통해 들려주는 것이다.
'성공한 어른들'의 이야기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그들이 경험했던 것에서도 우리가 배울 점은 충분히 많다.
'성공한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본인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본받을 부분이 있을까 해서, 공감하고 싶어서 청강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몇 번의 실패 끝에 이런 아이디어를 내서 이 회사를 차렸어!' 이런 뻔하디 뻔한 스토리는 이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몇 백 명, 몇 천명 중에 한 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차라리 나머지 몇 백 명, 몇 천명의 사람들에게 '나도 이런 걸 하고 싶었지만, 결국엔 못했어.'라는 말을 듣는 게 더 낫다. '성공'을 통해서 얻는 교훈보다는 '실패'를 통해 얻는 교훈이 더 많으니까.
그러니까 엔딩이 뻔하디 뻔한 성공 스토리일 뿐인데 그들이 이겨낸 방법이나 조언들을 마치 해결책인 듯 양 여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일부분 공감 가거나 배워야 할 점은 있지만 엄연히 살아온 세대, 환경이 너무나 다르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그들의 이야기는 꿈을 이루고 난 후지, 방황할 때의 이야기가 아니란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 그들이 했던 노력이라고 해도 그게 다 자신에게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에 공감하고 배워가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비판하면서 보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고민을 들어준답시고 정말 뻔한 답을 내놓고, 그저 자신의 지위만을 높이기 위해 조언 아닌 조언을 하는 일부 어른들도 내가 했던 말들이 진짜 조언이 맞았는지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