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뭐에요?"라는 질문에 흔히 말하는 답변으로는 '영화 감상, 음악 감상, 독서, 운동' 등이다. OTT가 없던 시절, 내 취미는 돈이 들지 않는 음악 감상이나 독서였다. 그 시절, 한 영화에 7~8천원 하는 영화표 값이 나에겐 아까웠었다. (그래서 조조 할인으로 5천원에 봤었다.) 영화표 값이 많이 오른 요즘, 그런 이유로 영화관을 안 가긴 하지만 어두움+너무 큰 소리 등으로 인해 가지 않는 이유도 있다.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것에 길들여지지 않고 반감을 갖고 있어서 더 안 가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남들은 다 봤다던 해리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마블 시리즈 등은 본 적이 없다. 시리즈라고 하면 본편에 이은 후속편들을 모두 봐야하기 때문에 지갑을 몇번 씩이나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왠지 시리즈가 싫어지기도 했다. 내가 지갑을 턱턱 열 수 없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해서 '시리즈는 보기 귀찮다'는 이유로 애써 그들을 무시했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던 영화들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친구들이나 지인과 얘기를 할 때 '영화'라는 주제가 나오면 입 다물고 듣기에 바빴다. 난 알지 못하는 얘기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영화가 싫은 게 아니었다. 속으로는 정말 보고 싶은 영화들이었다. 그런 기대를 품고 살아가던 어느 날, OTT가 나왔다. 처음 넷플릭스를 접했을 때 너무 좋았다. 내가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들이 다 있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와 시리즈들의 리뷰가 올라온 게 바로 그 시기였다. 말로만 들었던 지브리 시리즈,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등 많은 영화들을 월 만 원 정도 되는 값에 볼 수 있었다.
OTT가 나오기 전엔 영화를 보려면 무조건 영화관에 갔어야 했다. 혹은 수개월 뒤에 나오는 비디오나 DVD를 빌려보거나, 타 사이트에서 개별 구매를 해서 봤어야 했었다. 개별로 영화를 구입한다는 것과 이미 유행에서 지난 영화를 본다는 것 때문에 딱히 영화를 안 봐도 된다는 타협점에 이르렀다. OTT는 꼭 수개월이 흐르지 않더라도 한 두달만에 나오는 영화도 있고, 무엇보다 개별 구매값보다 조금 더 투자한 돈으로 많은 영화를 볼 수 있으니 너무 좋았다.
누군가는 "이 영화는 아이맥스로 봐야한다, 어느 영화관에서 봐야하고 OTT로 보면 영화를 본 게 아니다." 라는 말을 한다. OTT는 영화를 제대로 본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나온 게 아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많은 영화를 보도록 선택권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선택권'이라는 것이 그동안 문화생활에서 사각지대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 모른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OTT 초창기에 첫 구독 시 1개월 무료 서비스도 있었고, 왓챠 같은 경우엔 지금도 첫 구독 시 2주 동안 무료다. 거기다가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월 5천원 대로 중간 광고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구독권이 나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광고를 돈 주고 산다'며 거센 비판을 했다. 하지만 난 꽤 괜찮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월 만 원대도 부담스러워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는데, 그 반값에 해당되는 서비스가 나오니 이들에게는 나름 반가운 기회가 아닐까?
누구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라는 건 단순히 즐기기 위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역할도 하며, 자아를 탐색하고 사유할 수 있는 수단이다. 갈수록 영화값이 오르는 요즘, 불편함 없이 영화를 즐기다가 돈 때문에 영화를 때때로 포기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런 세상에서 OTT의 등장은 분명히 사회에 유익한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