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완벽주의자들에게
모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시작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다. 준비가 다 되지 않으면 일을 진행하지 못한다. 왠지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 일을 그르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도 블로그 배경 꾸미기, 위젯 설치하기, 게시판 목록 정하기 등등을 꼼꼼히 정했다. 그렇게 완벽히 하기까지 2-3일 정도 걸렸다. 브런치를 가입한 것도 오래되었지만, 완벽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글도 9월부터 차근차근 올렸다. 그리고 작가 신청도 모든 후기를 찾아봤다. 아직 작가가 된 것도 아닌데도 앞으로 어떤 글을 올려야 할 지도 다 계획을 세웠다. 한번에 승인이 되서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난 또다시 도전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뭘 하기까지 준비기간이 오래 걸린다. 때문에 준비 시작하기도 전에 지친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열정이 식어버린다. 또 그게 싫어서 일을 자꾸 회피하고 있는 것 같다. 너무 피곤한 성격이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해서 막상 시작하면 또 어느 순간 수정해야 할 부분이 보인다. 또 다시 수정에 수정을 거치면 결국 앞서 준비했던 시간들이 괜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듦에도 불구하고 난 또 다시 시작 전 완벽을 추구하려고 애쓴다.
분명 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이다. 또 그 성격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 것이다. 그저 남들이 볼 때는 '오~ 완벽주의자구나!'라고 생각해서 가끔 우쭐댈 때도 있겠지만 본인은 너무 피곤하다.
또, "난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못 해."라는 핑계를 만들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완벽한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그렇다는 건 누구보다도 이해한다. 그러나 남들이 봤을 때는 그냥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나 준비 과정에 지칠 것 같아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나 똑같아 보인다. 물론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며 살아가라는 건 아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완벽히 준비가 되지 않아도 우선 시작이라도 해 놓으면 시작 후에 조금이라도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아예 일을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이여. 우리에게 '게으른'만 없애면 '완벽주의자'가 된다. 어떤 일을 시작하면 아주 완벽하게 처리한다는 소리다. 우리에겐 그럴 능력과 역량이 있다. 그러니 일단, 시작하자.
(타이틀 이미지 출처 Unsplash / 캘리 @솔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