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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Mar 10. 2021

I보다는 E?!

겉보다는 내면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길

*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갑니다. 제 성격이 모든 I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내용에서 말한 E도 모든 E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유행하는 성격 유형 검사 MBTI. 외향-내향(E-I), 감각-직관(S-N), 사고-감정(T-F), 판단-인식(J-P)가 있다. MBTI는 이 4가지 조합을 통해 16가지 성격 유형을 만들어낸다. 나는 인터넷에 잘 알려져 있는 무료 MBTI 검사를 해봤다. (*검증되지 않은 사이트입니다.) 그리고 INFJ가 나왔다. 텀을 두고 3번 검사를 했는데 모두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 성격의 특징을 보니 너무나도 나와 비슷했다. 그렇지만 모든 성격 유형 검사가 그렇듯, 마냥 똑같지는 않았다. 하긴 80억 명의 사람들을 어떻게 16가지의 분류만으로 성격을 특징지을 수 있을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MBTI 중 E와 I의 유형이다. 검사 결과를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난 내가 생각해도 I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밖에 나갔다 오면 기운이 쭉 빠진다. 그러나 E는 집에 있는 걸 답답해하고,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

E와 I의 차이는 에너지를 어디서 얻느냐의 차이다. E는 바깥에서,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고, I는 안에서, 내부에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E는 인싸, I는 아싸로 나눈다. 그리고 인싸는 사회 생활 잘하고, 성격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아싸는 소심하고 뒤처진 사람으로 생각한다. 내가 I여서 그런지, 이분법적으로 나눠 어느 한 쪽을 좋지 않게 판단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이런 반응을 보이면 역시 그 일부 사람들은 '유머는 유머로 받아들여. 그래서 네가 아싸인 거다.'라며 무시하는 발언을 할 것이다.


지난 에세이에서도 얘기했듯, 찐 I인 나는 술자리를 싫어한다. 특히 술게임은 더더욱 싫다. 친해지기 위함에는 그만한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나에겐 그런 시간이 그닥 의미있지 않다. 술게임을 할 때는 모두가 신나게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 날이 되면 언제 신나게 놀았냐는 듯 어색한 광경을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친해지려고 노는 술게임인데 그 다음날에는 모르는 사람인양 대하는 것이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연애 이야기, 19금 이야기는 신물이 날 정도다. 나와는 맞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술자리는 2,3명 정도 모여서 소소하게 고민 상담이나 사회 문제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이 보는 나는 굉장히 재미없고, 매력이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사실 그렇게 보여도 별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고칠 생각은 별로 없다. 남에게 해가 될 성격도 아니기 때문이다. 말을 함부로 해서 남에게 상처 주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살아오며 무례한 말들을 몇 번 들어왔기 때문이다. I의 유형이 들어봤거나 들어볼 법한 말들로는,


“야, 말 좀 해.”
“아, 너도 있었어? 말을 안 해서 네가 있는지도 몰랐어.”
“넌 왜 말을 안 해?”
“말 안 하면 답답하지 않냐?”
"너 말하는 거 처음 본다."
"넌 집에서도 말이 없어?"
"너도 말 할 줄 알았구나."


등등이 있다. 사실 할 말도 없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또 그들끼리 대화하느라 끼어들 틈도 주지 않는다. 이런 무례한 말들을 들을 때면, 일일이 대응을 하고 싶지만 소심한 성격에 그러지도 못한다. 더군다나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거나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이런 반응에 그들은 '내가 너보다 우위에 있다.'라는 감정을 느끼며 나를 무시하는 태도로 대한다. 그 이후로 난 그런 사람들과 점점 거리를 두고 일말의 관계도 만들지 않는다.

이렇듯 그들은 자꾸 ‘말이 없다.’라는 이유만으로 상처 주는 말을 한다. 마치 ‘말하는 사람’은 정상이고, ‘말하지 않는 사람’은 비정상이라고 판단한다.

그렇다고 아예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당연히 말이 필요한 상황에선 말을 하지만, 별 필요가 없을 땐 그러지 않는다. 


출처 Unsplash @hannah-busing


사회는 활발하며 싹싹하고, 회식 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을 원한다. 겉으로 보기에 그런 사람들은, E에 더 가깝다. 그러나 아마 그중에는 E인 척 살아가는 I도 많을 것 같다. 사회는 E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I는 가면을 쓰는 것이다.


E의 유형이 사회생활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며 억지로 스스로를 외향적인 모습으로 바꾸려 한다. 그렇지만 세상이 더 원한다고 해서 자신만의 성격을 '바꾸는 척'을 하는 건 너무 불합리하다. I의 특정적인 성격이 사회에 해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바꾸는 척’이라고 표현한 건, 사람 본질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도 가면을 벗으면 본래 타고난 성격을 드러낼 것이다. 




I에게 불리한 세상에서, 세상은 I에게 더 많은 요구를 한다. 때문에 어쩌면 I는 E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업무 능력 요소 외에도 자신만의 타고난 성격을 바꾸기 위해 업무시간과 업무시간 외에도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억지로 E인 것처럼 바꿨는데도 타고난 E의 성격은 따라 잡지 못하는 것인지, 세상은 E를 더 좋아한다. 이러한 세상에 질린 I는 상처를 받고 더 안으로 숨어버린다.

그러면 세상은 또 I를 질책한다. '겨우 그깟것 가지고 숨어버리다니. 사회생활하면서 성격 하나 안 바뀌는 사람이 어딨어? 활발하게 하는 게 너한테 더 좋아.'라며 충고 같은 비난을 해댄다.


과거엔 나도 E가 되기 위해 연습을 했었다. 그런데 자꾸 바꾸려고 할 수록 내 상황은 더 좋아지지 않았다. 억지로 표현하는 그 감정이 너무나도 어색했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다. 그런 연습을 할 때마다 활발한 성격이 부러웠고,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난 성격이 왜 이 모양이지.' 하며 자책도 했다.

그러나 이 MBTI가 유행한 이후로, 다양한 성격 유형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꼭 E여야만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난 내 성향이 좋다는 걸 인정하고, 굳이 성향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더이상 느끼지 않게 됐다.


출처 Unsplash @javier-allegue-barros


이처럼 다양한 성격 유형이 존재하는데도, 세상이 E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모두가 E가 될 필요는 없다.

세상이 자동차라고 친다면, E는 자동차의 외형, 바퀴, 핸들, 카시트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I는 보이진 않지만 자동차를 굴러가게 해줄 수 있는 엔진, 휘발유라고 생각한다. 모두 E가 된다면 세상은 겉만 번지르르한 전시용 자동차만 될 것이다.

비유가 적절한 지는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내가 얘기하고 싶은 말은 세상엔 분명 I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에세이 초반에서 얘기한 그 일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게 있다. E처럼 활발하고 외향적이라고 해서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또, I처럼 조용하고 내성적이라고 해서 나쁜 사람, 해가 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겉보다는 내면에 좀 더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E라서 활발하건, I라서 조용하건간에 겉모습은 중요치 않고,
속내가 건강한 사람인지를 잘 판단하는 눈을 길러야 하며
또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용상의 E와 I의 성격 표현으로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사과드립니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https://www.16personalities.com/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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