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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Mar 03. 2021

난 술자리가 싫다.

억지로 만들어진 취향


난 술자리가 싫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술자리에서 얘기하는 시덥잖은 이야기들, 가십거리들을 얘기하는 게 생산성 없고, 쓸모 없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물론 스트레스 풀기에는 가벼운 이야기들이 제격이긴 하다. 하지만  나와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성적인 농담이 섞인 대화나 초면인 사람과 함께 친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술게임을 한다는 것은 몹시 불편하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을 자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이 때문인지 난 술자리를 꺼렸고, 술자리에 가더라도 말을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은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나를 불러주지도 않았다. 그에 대해 딱히 섭섭하진 않다. 어차피 내가 원치 않는 자리이니 말이다.


술을 그렇게 좋아하 편도 아니라, 친구와 만나면 카페를 주로 간다. 그리고 얼마 없는 내 친구와 사회문제 같은 것들을 주제로 얘기한다. 최근의 이슈나 시사 등등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고, 그런 대화를 통해 배울 점도 많다. 다행히 내 친구도 그런 주제를 좋아한다.


그런데 과연 내가 정말로 그런 시시한 주제의 이야깃거리, 술자리, 술게임을 싫어하는 게 맞았을까?




앞서 말했듯이 실제로도 술자리를 싫어하지만, 어쩌면 그 취향이 억지로 만들어진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릴 때 난 또래 친구들보다 용돈이 적은 편이었다. 만약 그때 돈이 풍족해서 친구들과 놀러다니며 술자리나 유흥에 돈을 썼었더라면, 지금처럼 술자리를 싫어한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땐 돈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낫다며 스스로 합리화했던 것 같다.


“넌 왜 술자리를 안 좋아해?” 라는 비스무리한 물음에 난 '돈이 없어서 놀지 못한다.'라는 구차한 변명을 하기 싫었고, 그렇게 말함으로써 내 약점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 같아서 취향의 차이인 척하며 '싫다'라고 말했던 것일 수도 있다.




돈이 있었더라면 내 취향은 지금과 정상반 되어있을 수도 있다. 여러 요인으로 한 사람의 취향이 결정되지만, 그 요인 중 돈의 비중이 꽤 컸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현재의 내 취향이 싫은 건 아니다. 정말로 주어진 환경에 의해 억지로 '내 취향은 이렇다.'며 취향을 만든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난 지금 내 취향이 좋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을 뿐이다. 그때 일반적인 20대 초반이 누리는 자유로운 특권을 마음껏 즐겨보지 않았던 것이다. 분명 그 시기에만 얻을 수 있는 경험과 감정이었을텐데 돈이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그 시기를 놓칠 수 밖에 없었던 것. 그게 아쉬울 뿐이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Unsplash @yuta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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