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립 Jan 05. 2021

죠르디가 제일 죠아!

캐릭터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난 캐릭터 중에 죠르디를 제일 좋아한다. 죠르디는 카카오 니니즈 중 하나로, 2017년에 처음 등장했다. 죠르디가 나왔을 때 설명이 이렇게 되어있었다. ‘떠내려 온 빙하에서 깨어난 공룡, 죠르디. 빛나는 과거를 뒤로한 채 지금은 취업을 꿈꾸며 하루하루 열심히 삽니다.’ 수 억년 전에 공룡이었지만 지금은 취준생이라는 설정이었다.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는데 광탈하고, 알바로 연명한다. 그런 모습이 짠내가 나고,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진다. 아마 그런 감정을 느끼도록 제작되었을 것이다. 카카오 니니즈 인스타 계정의 프로필 사진은 죠르디다. 그 계정이 생기고 난 이후로 죠르디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만 가고 있다. (난 그 계정이 생기기 전부터 좋아했다!) 짠하면서도 하는 짓은 귀여워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공감을 얻는다. 인스타에서는 죠르디 TV라고 해서 애니메이션으로도 보여줬다. 또 유튜브에서는 죠르디의 인간극장이라고 나왔던 게 있다. 죠르디가 그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죠르디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되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까 말했듯이 짧둥한 몸과 목소리, 행동에서 느껴지는 귀여움+편의점에서 일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설정의 짠함+보는 이의 동질감 이렇게 합쳐져 있을 것이다. 죠르디 TV에서는 매번 죠르디가 당하는(?) 불쌍한 결말로 나오니 댓글에서는 ‘우리 죠르디 행복하게 해 주세요.’라고 하고, 죠르디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편의점 삼각김밥이어서 그걸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우리 죠르디 삼각김밥만 먹게 하지 마세요. 맛있는 것만 많이 먹게 해 주세요.’라고 반응이 나온다. 아마 사람들이 죠르디가 자기 모습 같다고 생각해서 죠르디에게 자신을 투영시키려는 것 같다.




캐릭터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달려라, 하니!>에서 하니는 어머니가 계시지 않지만 꿋꿋이 살아가는 긍정적인 캐릭터다. 그 시대에 편부모 가정이 많았을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에게 뭔가 ‘결핍’된 게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돈이 없지만 하니를 보며 동질감을 느끼고, 나도 하니처럼 굳세게 살아가야겠다는 그런 마음을 먹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하니 어머니의 부재’라는 결핍이 시청자들에겐 다른 형태의 결핍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달려라, 하니!> / <아기공룡 둘리>

<아기공룡 둘리>에서는 둘리와 또치, 도우너가 고길동의 집에서 얹혀살면서 이런저런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 지금에 와서는 둘리와 그 친구들이 ‘기생충’이라고 유머스럽게 불리기도 한다.(작가님은 씁쓸하대요.) 지금 그렇게 불리는 이유가 뭘까? 문화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이 방영될 당시, 얹혀사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점은 바로 한국 특유의 ‘정’ 문화 때문이었다. 둘리가 고길동의 재산을 거덜 내더라도 그는 절대 둘리를 내치지 않는다.

인터넷에 ‘80년 대생들이 공감하는 글’해서 올라온 글이 있었는데, 80년 대생들은 어릴 때 집에 부모님이 안 계시면 자연스럽게 옆집으로 가서 놀았다고 한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정이 그땐 있었던 것이다.

발렌 / 콩콩이 / 부르부르 도그

그 외에도 <엽기토끼 마시마로>, <졸라맨>, <뿌까>, <부르부르 도그>, <콩콩이>, <발렌> 등이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다. 캐릭터를 보면 그 시대 특유의 감성이 느껴진다. 어떤 캐릭터는 약간 촌스러우면서도 아련한 그런 느낌도 나고, 어떤 캐릭터는 자유로우면서도 당당한 느낌도 난다. 내 생각엔 이때 10대 잡지, 플래시 게임이 유행하면서 캐릭터가 많이 양산되었고, 색다른 시도와 혁신을 하기 위한 과도기였던 것 같다. 드라마나 패션도 보면 비슷하다. 지금과는 다른, 좀 더 자유분방하고 개성 넘치는 것들이 많았다.




지금은 유명한 캐릭터 중에서 <펭수>가 빠질 수 없다. 펭수는 어린아이보다 어른에게 인기가 더 많다. 펭수는 EBS 캐릭터로, 어른들의 심리를 대변해주는 블랙 코미디를 하고 있다. 펭수 어록은 너무 많지만 일부만 가져와봤다. “아프면 청춘이 아니라 환자!”, “부정적인 사람들은 도움 안 됨. 긍정적인 사람과 얘기해라.”, “잘 쉬는 게 혁신이야.”

펭수


펭수는 지금까지 속에서만 생각했던, 혹은 가족, 친구끼리만 얘기했던 답답한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 EBS 사장인 김명중 씨를 호칭도 없이 김명중이라고 부른다. ‘스타병’에 걸린 듯하면서 PD한테 막 대하는 모습이 마치 직장 상사한테 막 대하는 것처럼 보여 직장인들의 공감과 통쾌함을 얻는다. 바르고, 옳은 말만 할 것 같은 EBS에서 저런 캐릭터가 나왔다는 것도 놀랍지만, 펭수의 말 센스가 더 돋보여서 어른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등극하지 않았나 싶다.


펭수가 필터 없이 내뱉음에도 불구하고 제재가 있거나 싫어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시대가 변했기 때문인 것 같다. 팀을 중시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는 개인이 더 소중하다는 가치관이 중시되었다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캐릭터는 발전하고, 변한다. 그 캐릭터가 왜 나왔는지 생각해보면 그 시대의 특성을 알 수 있다. 취준생의 입장을 대변하는 죠르디, 직장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펭수가 2010년대 후반, 2020년대 초반을 반영한다. 다음에는 또 어떤 캐릭터가 인기를 끌지 궁금하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가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