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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Jan 27. 2021

애니메이션, 왜 좋아하세요?

어른들이 애니메이션에 빠진 이유

겨울왕국 / 코코


최근에 들어서야 <겨울왕국> 시리즈, <코코>, <인사이드 아웃> 등의 애니메이션이 어른들에게까지 인기를 끌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의 애니메이션도 매니아층에서 꾸준히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내 기억일수도 있겠지만, 20여 년 전에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을 영화로 취급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는 실제 사람이 나와 연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애니메이션은 그냥 어린 아이들이 보는 유치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난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어른들도 취향저격 당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들이 등장하면서,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러갔던 부모님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영화관을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른들의 인정을 받고서야 애니메이션은 비로소 그들이 말하는 '영화' 장르에 포함되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는 현실 세계 그 어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판타지 세상이다. 신비로운 왕국, 평화로운 도시, 권선징악이 이뤄지는 곳이다. 또, 애니메이션 특유의 세계관으로 관객이 마치 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환상을 준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우주 어디에선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살아있을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의 입장에선 지금 이 세상이 동심과 순수함으로 가득찬 판타지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때 묻히며 자라난 어른들은 판타지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인지 실제 사람으로서는 표현할 수 없고, 사람의 형태를 띤 혹은 가상의 캐릭터가 있는 판타지를 더 원하는 것 같다. 드라마에서도 그렇다. 당연히 주인공은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하고, 악역들은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하는 결말을 원한다. (요새 들어 그렇지 않는 드라마도 있다.)


어쩌면 애니메이션이 영화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대엔, 지금보단 더 인간적인 합리가 통했기 때문에 판타지 애니메이션이 통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을까?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과거보다 인간성이 결여된 세상인 지금은 못된 놈은 끝까지 못된 놈이고 끝까지 잘 먹고 잘 산다. 즉, 당연한 이야기가 지금은 당연할 수 없는 세상인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 / 이웃집 토토로


또, IT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어릴 때 꿈꾸고 상상해왔던 것들을 눈에 보이게 구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이웃집 토토로>에서 보면 검은 먼지나 토토로가 나온다. 그 토토로는 어린 자매에게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이웃집 할머니는 “나도 어릴 때는 보였다.”라고 얘기한다. 이렇듯 어릴 때 순수했던 감성으로 그릴 수 있었던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들은 어른이 되면서 점점 잊혀지고 사라지겠지만, 할머니처럼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우린 애니메이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 기억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실사로는 꾸며내지 못하는 어린 아이의 순수함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어른들이 수십 년 전에 가졌던 그 감정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곤 나에게도 아직 동심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에 벅찬 감동을 맛보는 것이다.




우리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세상을 애니메이션이란 판타지 세상을 통해 구현하려는 마음일 것이다. 구현한 세상 속에서 2시간 남짓한 삶을 영화 주인공과 함께 보내고, 잊고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려는 마음일 것이다.





(타이틀 이미지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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