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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Feb 10. 2021

가성비 덕질이 어때서요?

나는 6천원짜리 음원 30곡 다운로드 이용권으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일부에선 ‘스트리밍 안 하면 찐팬 아니지.’, ‘팬이면 앨범 하나 정도는 사야하는 거 아니야?’ 라는 반응이 몇몇 보인다. 언제부터 돈으로 팬인지 아닌지 나누기 시작했을까?




난 초등학교 때 한 남자그룹을 좋아했다. 그 당시에는 ‘덕질’에 대한 개념이 잡혀있지 않아서 그냥 인터넷으로 뮤비를 보거나 각종 자료들을 찾아봤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다른 남자그룹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 남자그룹은 인기가 많은 편이어서 같은 반에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친구와 함께 덕질하게 되었다. 그땐, 공식 굿즈를 팔지 않았기 때문에 문구팬시점에 널려있는 비공식 굿즈를 샀다. 앨범을 사야 한다는 것도 그때쯤 깨달았는데, 초등학생이었던 나한테는 돈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앨범을 사지 못했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그 남자그룹의 앨범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실 앨범은 소장용이었고, CD로 노래를 듣지는 않았다. 마땅한 CD플레이어도 없었고, 더욱이 CD를 틀면 뭔가 CD가 망가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마음 속에 좋아했던 남자 그룹으로 남아있을 때쯤 남자 그룹 멤버 중 한 명이 사고를 쳤다. 범죄는 아니었지만 연예계에 다시는 복귀하지 못할 사건이었다. 난 그 이후로 내가 좋아하는 가수에게 돈을 많이 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스스로를 망쳐버린다면, 난 어떤 선택권도 없이 내 추억은 망가지고 만다.


이후 해외 가수도 좋아하고, 다른 그룹도 좋아했지만 앨범을 잘 사진 않았다. 스트리밍 없이 음원만 구입할 뿐이었다. 내가 시간과 돈을 들여 앨범을 사고, 스트리밍을 해도, 그들이 나의 노력을 망쳐버린다면 무슨 소용일까? 물론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음악방송 1위를 하고, 음원차트 1위를 하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한번 데여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딱히 돈을 쓰고 싶지 않다.


출처 Unsplash @anthony-delanoix


그렇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믿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의 불안함이 있을 뿐이다. 그들이 나를 모르듯이, 나도 그들의 속내까지 100%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사랑을 가수의 앨범과 굿즈를 사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일부 팬들은 돈과 시간으로 가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겠지만, 나처럼 그저 노래를 듣고, 응원하는 마음만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열정의 차이일 뿐인데 ‘앨범을 사지 않는다고, 스트리밍을 하지 않는다고, 굿즈를 사지 않는다고’ 하면서 가성비 덕질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일부 팬들이 있다. 소속사 기둥 하나 정도는 내가 세웠다면서 자랑 아닌 자랑을 하기도 한다. 마음이 약한 ‘가성비 덕질러’들은 그런 반응을 보면 ‘돈은 없는데 사야하는 건가?’라고 고민하기도 한다.


적어도 내 생각은 이렇다. ‘팬’을 나누는 기준이 ‘돈’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 필요하면 앨범을 사는 것이 좋겠지만, 그저 남들이 말하는 찐팬이 되기 위해서 앨범을 사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 팬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사람들이 보기에 ‘가성비 덕질러’가 별로 좋아보이지 않을 순 있겠지만 그래도 난 가성비를 따지며 덕질하려 한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Unsplash @akshay-cha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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