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출할 때, “간다.”라는 말을 했었다. 근데 어느 순간 “갔다 올게.”라는 말로 바꿔야 될 것 같아서 그렇게 바꾸기 시작했다. 뭐가 나를 바꾼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아마 그때 범죄 수사 드라마에 푹 빠져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가족들뿐만 아니다. 친구들과도 헤어질 때, “조심해서 가.”, “집에 도착하면 카톡 해.”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집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야 안심이 됐다. 연락이 조금 늦어진다거나 1이 사라지지 않는 카톡 방을 보면 불안했다.
뉴스나 드라마를 보면 그 불안함은 더욱 극대화된다. 멀쩡한 도로에 갑자기 싱크홀이 생기거나, 늦은 밤에 무면허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나서 안타까운 일이 생기거나,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서 불똥 튄다거나.
불미스러운 일은 누구에게나 절대 일어나면 안 되고, 100%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얘기하면 나와 내 주변에게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100%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항상 불안함을 안고 살자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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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출근하는 가족에게 "잘 다녀와."라고 하는 편이 더 좋다. "잘 가."라는 것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이렇듯 무심코 하는 "갔다 올게", "잘 다녀와"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무의식적인 약속 같은 것이다. 가벼운 한 마디처럼 들리지만, '나갈 때의 그 모습 그대로 무사히 조심해서 돌아올게.(돌아와.)'라는 무거운 의지와 간절함을 담고 있다.
그냥 한 마디가 아니라 마법의 주문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한 마디는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약속이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개인이 노력할 수 없는 세상이다.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남들도 노력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오늘도 그 약속이 지켜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