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사랑으로 취급되나요?> 07

다쳐도 좋은 마음

by 에스

07



아마도 그 사람은 2학년 말이나 3학년 초 그 사이 어느 날 즈음 다시 혼자가 되었던 것 같다.

그가 말하지 않았으니, 내가 알 리가 없었고, 내가 물어보지 않았으니, 그는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보내고 다시 혼자가 되기까지, 그 슬픔들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나는 그만큼의 인연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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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3학년 수시실습 기간이 되었다. 우리는 사범대 미술과였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학교로 실습을 가야 한다. 학교는 중학교, 고등학교 중에 랜덤으로 배치되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실습 기간은 길어진다.



드디어 실습 학교를 신청하는 날이 되었다. 각자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학교 인트라넷에 접속해서 원하는 학교로 신청을 해야 하는데, 보통 각 과에서는 누가 어느 학교를 지망할지 미리 사전에 합의하는 편이다. 그런데 우리 과의 경우는 다소 찌질하고 이기적인 방법인 제비 뽑기를 통해 학교를 배정했다. 모두가 한 치도 양보를 하지 않은 최악의 결과였다.

제비 뽑기의 결과, 다들 갈기갈기 다른 학교로 찢겼고, 나와 남자친구 K 역시 다른 학교가 되었다. 그나마 K는 본인과 친한 남자 동기들 두 명과 배정이 되어 기분이 괜찮아 보였지만, 나는 내가 배정된 학교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남고였고, 남고만은 피하고 싶었다. 게다가 매우 멀다. 학교에 가려면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했다.


인트라넷을 통해 학교를 신청한 후 저녁. 나는 기숙사에서 나와서 K의 집에서 놀고 있었다. K가 대화하는 걸 듣다 보니 우연찮게 그 사람이 어느 학교인지 알게 되었는데, 그 순간 나는 무슨 객기가 발동했는지 그와 같은 학교를 가겠다며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그와 같은 학교가 된 사람이 누구인지 수소문해 알아낸 다음, 필사적으로 나와 학교를 바꾸지 않겠냐며 난리를 친 것이다. 거의 몇십 분 간 쇼를 한 끝에 나는 그와 같은 학교로 교환을 할 수 있었다. 옆에서 이를 바라보는 K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에게는 두고두고 싫은 기억일 것이다. 나에게 역시 두고두고, K에게 미안했다.


어찌 됐든 나의 그 몸부림 덕분에, 우리 둘은 대학교 근처의 가까운 학교로 배정을 받았고, 각자 배정받은 교실에서 교육을 받는 시간 외에는 잠깐씩 연구실에 들러 부여받은 과제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보통 둘째 주까지는 수업참관을 하며 배우는 시간을 가진다. 우리는 소묘와 수채화 등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스킬과 화법을 연구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화창한 날. 우리는 오래간만에 밖에서 점심을 먹고 학교로 들어가고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하다 보니 배스킨 이야기가 나왔다.


”오빠, 배스킨 사줘요. 슈팅스타 넣어서!“

“참나, 내가 왜?”

“내애애가! 오빠랑 같은 학교 되려고 얼매나 힘들었는데!! 오빠 알아 몰라?“

“아, 알았어, 사줄게, 사줘.”


그 말에 나는 너무나 좋아서 폴짝 뛰었고, 그때 도로에서 인도로 올라오는 턱에 발목을 삐끗하고 말았다. 턱의 높이는 얼마 안 되었고 내 구두 역시 3cm도 안 되는 낮은 굽이었지만, 이런 걸 보고 운이 없다고 하는 말인 듯 발목은 접질려져서 미친 듯이 아팠다. 그는 깜짝 놀라서 절뚝이는 나의 한쪽 팔을 부축해서 학교로 옮겨주었다. 보건실에서 간단하게 파스를 뿌리고 붕대를 매 주었다. 발목은 삽시간에 퉁퉁 부어올랐다.


퇴근 후 병원에 갔더니 인대가 부었다며 반깁스를 해 주고 목발을 주었다. 나는 정말 귀찮은 그 목발을 짚고 한동안은 학교를 다녔다. 그 사람은 네가 날뛸 때 알아봤다며 핀잔을 줬지만 못내 미안한 눈치였다. 나는 거의 2주 정도 목발을 하다가 결국은 귀찮아서 내버리고 말았다. 그랬더니 결국 오른쪽 발목은 끝끝내 완치되지 못했다. 너무나 아쉽지만, 내가 산 수많은 7cm 굽의 구두들이 그날 이후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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