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나를 봐주던 사진
08
우리는 넬(Nell) 콘서트에 갔다.
둘이서만 간 첫나들이인 셈이다.
의외로 코드가 잘 맞던 우리가 가장 똘똘 뭉칠 수 있었던 계기는 '넬(Nell)'이었다. 마침 대전에서 전국투어 콘서트가 계획되어 있었고, 우리는(나는) 치열한 티켓팅 끝에 스탠딩 좌석을 잡을 수 있었다.
나는 티켓을 구매하고는 팬카페를 통해 팬시를 나눔 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태블릿으로 넬의 보컬인 ‘종완‘을 그리고, 컬러로 인쇄하고, 잘라서 코팅하고, 코팅한 걸 또다시 자르고, 펀치로 구멍을 뚫고, 군번줄을 꿰고… 의 반복을 하다 보면 수북한 팬시를 얻게 된다. 나는 어떤 이벤트를 열어서 이걸 나눠줄까, 하다가 퀴즈를 내서 맞추는 팬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퀴즈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넬 노래는?' 맞추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정답은 '12 seconds'이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을 감고, 눈을 감으면 눈물이 흐를 것만 같다.
대전에 도착해서는 간단히 먹을 햄버거를 사서 공연장으로 갔다.
적당히 한적한 데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우리는 햄버거를 먹으며 팬들에게 팬시를 나누어 주기로 했다. 명단에 있는 팬들에게 문자 해서 장소를 알려주고, 그들이 오면 그 사람은 햄버거를 입에 문 채 명단을 확인하고, 나는 인사를 하며 팬시를 주었다. 밝게 인사하며 돌아가는 팬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먹는 중간중간 팬들은 계속하여 우리를 찾아왔다. 또다시 입에 햄버거를 우걱우걱 씹는 채로 명단을 체크하고 팬시를 전달하고... 의 반복이다. 때문에 햄버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재미있는 이벤트였지만 준비부터 제작, 배포까지 꽤 힘들어서 다시는 팬시 이벤트 같은 건 하지 않을 것 같다. (이래놓고 또 하겠지.)
긴긴 대기 끝에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스탠딩 공간의 중간쯤에 서서 사람들 무리 속에 묻힌 채로 공연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내가 이끄는 탓에 조금씩 앞자리로 가서는, 결국은 진짜로 앞자리에서 넬을 보았다. 그는 키가 큰 탓에 뒷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난처해했지만, 결국엔 나란히 같이 공연을 즐겼다.
공연은 정말 멋졌다. 무대 연출부터 종완의 보컬이 공연장 전체에 울리는 그 전율이란!
한 시간 반이 넘는 공연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우리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공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제까지 내가 찍어준 사진 중에서 그가 손으로 가리거나 피하지 않고 멀쩡하게 나온 사진은 거의 없어서, 이 사진은 정말 특별했다.
밝은 회색빛의 셔츠는 다 젖어있고, 머리는 엉망진창에, 목 근처에는 엔딩 때 뿌려진 반짝이가 붙어 있는 그 사진. 나는 핸드폰이 바뀔 때까지 그 사진을 그의 전화가 오면 화면에 뜨도록 설정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