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사랑으로 취급되나요?> 34

추락하는 여행

by 에스

34


12월


친구들과 정동진 여행을 갔다.



기차를 타고 제천에 가서, 다른 친구들과 합류해 장장 3시간 반에 걸쳐 정동진 가는 기차를 탔다.


기차여행이라는 낭만으로 시작된 여행이지만, 막상 날씨는 너무 춥고, 기차 안은 너무 더워서 흡사 고문이라도 당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쫑알거리다가, 맥주를 따서 먹다가, 조금 졸다가 하며 정동진에 도착했다.


정동진에서 가장 유명한 배 모양의 크루즈 호텔은 직접 보니 더 좋았다.

숙소 안에서 창밖을 보니 깜깜한 어둠 속에 바다가 있다는 느낌만 와 닿았다.


그사람에게 카톡을 했더니 그는 다음날 새벽부터 직원여행을 간댄다.

참 대단한 학교다. 이 추위에 직원여행이라니.


다음날 새벽 일출을 보려고 일어난 우리는 이미 거의 중천쯤 떠 있는 해를 구경했다.

나는 그래도 사진을 찍어서 그에게 보냈다. 8시쯤이었는데 벌써 일어나 버스에 탔다며, 버스 뒷자리쯤에서 찍은 버스 안 풍경을 나에게 보내주었다.

안그래도 목감기가 안 낫던 사람인데, 괜히 짜증이 났다.


아무튼 우리는 나름대로 추위 속에서 정동진 구경을 잘 하고 다시 돌아오는 기차에 탔다.

나와 그는 중간중간 계속 끊어지지 않고 카톡을 했다.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자, 눈바람 속에서 다른 누군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그 추위에 도대체 왜 패딩을 안 입은 건지, 남색 코트에 빨간 목도리(이건 또 어디서 났을까)를 두르고 털장갑을 끼고 있었다. 보나마나 또 감기 심해졌겠군. 나는 혀를 찼다.


돌아와서는 다음 날 토요일, 나는 당연하게도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체한 것까지 더해서 거의 두발로 일어나지를 못한 하루였다. 그날 그사람 역시 K와 만나기로 했었는데, 감기가 걸렸다며 못 온다는 연락이 왔다. 애초에 둘 만나는 데 끼려던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괜히 화가 났다. 옆에서 챙겨주지 못하니까 아프지라도 말지. 못내 아쉽다.


여행 내내 괴로웠다.


나의 감정은 정동진을 여행하는 내내 점점 가속도가 붙어서

나중에는 겉잡을 수 없을 만치 가파르게 추락하는 것 같았다.


같이 오고 싶다. 그사람과 함께 정동진에 오고 싶다.


오직 이 생각 하나만이 이틀 내내 나를 추락시켰다.


처음으로 정말로 고통스럽다고 생각했다.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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