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사랑으로 취급되나요?> 36

꿈에서만 볼 수 있는

by 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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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



아주 넓은 강당같은 곳인데 창문마다 커튼이 반쯤 쳐져있어 어두컴컴했다.


나와 누군가가 먼저 와 단상과 가장 먼 좌석의 맨 끝 빈 공간에 있었는데 조금 있으니까 그와 L, 대학동기 남자들 몇 명이 왔다. 그는 대학 시절처럼 앞머리가 붕 떠서 올라가 있었다. 나는 돌아다니면서 창문의 암막커튼을 모두 쳤다.


정말 쌩뚱맞게 그들이 악기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다들 본 적도 없는 악기들로 합주를 하는데, 그는 아주 큰 첼로 비슷한 악기를 연주했다. (현악기가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나는 커튼을 조금 걷어 빛이 들어오게 한 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그의 얼굴이 잘 찍힌 것 같았다.


연주가 끝나고 우리는 그 많은 좌석들을 놔두고 옹기종기 바닥에 앉았다. 무슨 강연을 하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꿈에조차도 서로 말을 걸거나 하지 않았다.


벽에 기대어 기숙사패밀리인 J, 그리고 K, 그사람 순서로 앉아 있었다. 나는 J에게 다가가 그녀의 등에 얼굴을 푹 올려놓으며 늘어졌다. 그랬더니 그도 옆에 있던 L을 껴안는 시늉을 하며 그 애의 시선을 가리고는 내 한쪽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엄청 큰 손이었다. 그 순간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다. 그리고는 다시 일어나 앉았다.



12월 23일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갑을 택배로 보냈다.


크리스마스 카드로는 집에 있던 디자인 팝업카드 책에 있던 트리 모양 팝업카드를 만들었는데, 지름 약 3mm 정도의 구멍을 수십 개를 파야 해서 만드는 내내 온갖 욕을 했었더랬다. 그래도 결과물은 끝내주게 예뻤다.


그는 받아보고는 역시나 깜짝 놀라서는 내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학부모대표와 관리자들과 회식중이었는데 카톡이 왔다. 웹툰 다이어리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노라며, 자기는 이미 다이어리가 있어서 나를 주겠다며, 파랑, 빨강 중에 어떤 색이 이쁜지 봐달라는 것이다. 그래, 이 사람이 이 정도로 신경을 써준다는 건 정말 놀라운 장족의 발전이다. 나는 빨간색을 골랐다. 다이어리는 거의 쓰지 않지만, 그래도 내심 기뻤다.


ChatGPT Image 2025년 7월 22일 오후 08_49_20.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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