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사랑으로 취급되나요?> 39

옆에 있게 되다

by 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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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첫 출근일


같은 학교가 돼서 기쁘거나 설렌다는 기분을 가질 틈도 없이 나는 원하지 않던 1학년을 맡게 되었다. 그는 최고학년인 3학년이 되었다. 작년 3학년 부장이 올해도 연달아 부장을 하면서 원하는 라인업을 짜놓았는데, 거기에 그 사람도 껴있었던 것이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정말로 그 사람과 떨어지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게다가 그는 본관 4층, 나는 후관 4층이니 거의 얼굴 마주칠 일이 없을 것이다. 학년 발표가 끝나고 학년별로 모여서 상의하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3학년은 교무실에서 사라져 버렸다.


1학년 부장은 나이가 있는 아주머니 선생님으로, 작년 부장 언니의 말을 빌리자면, 전형적인 뺀질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일을 안 해보려는 게 뻔히 보여서 올 한 해가 제발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들었다.

나머지 동학년은 비슷한 나이의 여자 선생님 3명에, 이번에 경기도에서 파견 오신 36살 유부남 선생님 1명, 총 6명이다. 여자 셋은 이미 친한 사이여서 나는 하루 종일 뻘쭘했다. 적응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학교 앞 순두부집에서 점심을 먹고 각자 교실 정리를 하러 헤어졌다. K가 아침에 본관 1층에 내려주고 간 내 짐은 너무 무거워서, 유부남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4층까지 날랐다. 최대한 빨리 치우고 은행에 가기 위해 정신없이 일을 했더니, 3시가 조금 넘어서 일을 끝낼 수 있었다.

가방을 메고 나가려자마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학년 짐정리를 도와주느라 본인 일은 전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가려던 참이라고 하자 그는 잠깐 얼굴이라도 볼래? 하고 물었다. 나는 은행에 간다며 둘러대고는 혼자 학교를 빠져나왔다.


통장이 없어서 두 번이나 은행을 왔다 갔다 한 뒤에야 겨우 부동산에서 PC를 빌려 스마트뱅킹을 신청할 수 있었다. 힘들게 전세 잔금을 입금하고 나서 방바닥에 늘어지고 나니 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이제 본인 짐정리를 거의 다 끝낸 것 같았다.

나는 우리 학년에 대해서 오늘 보고 느낀 걸 얘기했다. 그는-당연하겠지만-동학년이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아 보였다. 느낌상으로는 오늘 여자친구를 보러 가는 것 같았다. 일요일에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하길래 그러자고 했다.


후회가 된다. 여기 온 게.
올해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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