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사랑으로 취급되나요?> 47

꿈에서 깨다

by 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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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꿈


B와 A언니랑 어딘가로 놀러 갔다.

그러다가 그에게서 문자인지 영상인지가 와서 봤는데, 감동적인 노래-신화노래라고 생각한다-가 나오고,

노래에 맞춰 그가 그린 캘리그래피 같은 그림과 깨알 같은 편지가 아래에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정신없이 캡처했다. 뭔가 좋은 내용, 그리운 내용이었던 것만 기억이 난다.



6월 2일 ~ 16일


밤에 침대에 누워서 여느 때처럼 힘든 말들을 아무도 못 보는 비공개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 쓰고 나니 문득, 정말로 그 사람과 끝낼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밤 9 시인 그 순간, 그 말들을 모두 복사해 문자로 보냈다.


답장은 20분 뒤에 왔다.

읽지 않았다. 읽을 수 없었고, 읽고 싶지도 않았고, 읽어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으니까.


그다음 날엔 짜증 나게도 아침 임시직원 협의회가 있었다.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은 채 회의는 끝났고 나는 교무실에 볼일이 있어서 잠깐 들렀다.

교무실에서 나와 계단으로 가는 길에서 하필 딱 마주쳤다. 검은색 티셔츠.

얼굴도 마주치지 않은 채 나는 황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쪽에서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표정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답장 읽기를 회피하다가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용기를 내서 읽어보았다.


내용은 황당했다.


자신은 아직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의 메시지. 나는 아직도 소중한 동생이라는 황당한 거짓말.


그 뒤 며칠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그 며칠이 지난 다음에서야 나는 문자의 진짜 의미를 나름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문자는, 기록에 남는 것이니만큼 그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야만 했을 것이다.

본의와는 그다지 상관없었을 것이다. 아마 문자로 보여줬던 감정보다 훨씬 더 기가 차 있었겠지.

소중한 동생 따위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행동이 여실히 보여준다. 그가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란 걸.

그저 나중에 발목 잡히는 증거 따위는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슬프고, 이 예상이 맞을 거라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슬프다.


한편으로는 후련하다.


이런 사람을 이렇게 오랫동안 좋아했구나. 이제서라도 끝내서 다행이다.

아마 더 오랫동안 힘들겠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더 이상 어떠한 기대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으니 언제나 마음이 편하다.

더 이상 일요일에 휴대폰을 붙잡고 있지 않아도, 급식소에서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로 실감이 났다.


이번 달과 다음 달 급식은 취소했다. 어떻게든 보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안 보며 남은 시간을 살 것이다.

살아갈 수 있는 만큼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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