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사랑으로 취급되나요?> 48

서로를 인정하기 위한 시간

by 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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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하루였다.


아침에는 꿈을 꿨다. 깨끗하고 쾌적한 어떤 공간에 우리 둘이 있었다.


그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고, 나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꼭 껴안고 옆에 누워 있었다.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았고 나는 조금의 틈도 없이 꼭 붙어서. 나는 그에게 키스했다.


눈을 뜨니 나는 고통 속에 누워 있었다. 학교에 가기 싫었다. 가기 싫었다. 정말 가기 싫었다.


오후에는 출석연수 때문에 계속 같은 공간에 있어야만 했다. 우리 학년이 간식을 준비하는 날이라 도망도 갈 수 없었다.


그는 태연하게 일찍 와서는 빈자리에 앉았다. 하필이면 옆반 동료샘이 잡아 놓은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그 사람.


나는 모르는 척 다른 사람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는, 뒷자리로 간다며 자리에 놓여있던 핸드폰을 들고 뒤로 와 버렸다.


그리고는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그 장소에서 당장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았다.


퇴근을 30분 정도 앞두고 그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졌다. 연수가 끝나고 뒷정리를 하고, 집에 와서는 저녁도 먹지 않고 이것저것 하다가, 10시가 넘어서야 남은 밥을 먹으며 수업 준비를 했다.


문득 무슨 변덕이었는지, 카톡에서 차단해 버렸던 그의 아이디를 다시 차단해제했다. 프로필 사진은 아주 작고 귀여운 부엉이였다. 나도 모르게 그 부엉이 사진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카톡이 왔다.



[오후 10:18] ㅇㅇ아~
난 솔직히 지금의 시간이 널 잊기 위한 시간이라 생각지 않아. 서로를 인정할 시간이 필요한 거지.

난 모든 걸 부정하고 싶진 않아

다만 우린 서로에게 인정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해. 그러니 너무 많은 걸 놓지 마.
아예 모르는 사람처럼, 그렇게 차갑게 스쳐 지나가지 마라. 안 그래도 네가 편해질 때까진 억지로 말을 걸거나 다가가진 않을 테니.


난 그저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
조금은 편안하게 서로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지금처럼이 아닌...



그의 이름이 뜨는 순간부터 참고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마치 나 스스로 심장에 마취제를 놓은 것처럼. 그렇게 꾸역꾸역 모른 척했던 눈물이 쏟아졌고, 나는 몇 번이나 망설인 끝에 전화를 했다.


우리는 한 시간 조금 안되게 통화를 했다.


나는 울면서 내 안의 말을, 다 쏟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말했다. 솔직하게 말했다.


미안하다고. 너무 갑자기 내 얘기만 해버려서 미안하다고.


당신이 예전에 했던 것처럼, 그런 말을 한 동생들과 인연을 끊었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해주길 바랐다고. 너무 힘들었으니까.


그는 이제 화를 내는 것조차 하지 않을 만큼 지쳐 보였다.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끝끝내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아직도 나는 확신이 없다. 내가 그에게 어떤 존재인지. 내가 필요한 존재라서 잡는 건 아닌지. 뭘 기다리고 있다는 건지. 뭘 인정한다는 건지. 다시 우리가 예전처럼 될 수 있을지. 그냥,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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