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사랑으로 취급되나요?> 51

슬픈 예감과 화이트 초콜릿이 뿌려진 느끼한 케이크

by 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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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그가 며칠째 아팠다.
안 간다고 버티던 병원도 몇 번 갔다 오더니 오늘은 좀 나아진 것 같았다.


우리 동학년들은 오늘 3학년 여자선생님들과 밥을 먹었다. 우리 현장학습 때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주셔서 한번 밥을 사려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제야 처음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서 잠깐 전화가 왔었는데, 바람 쐰다며 시내에 간다고 했다. 나는 잘 다녀오라고 했다.


밥을 먹던 7시쯤부터 나는 비염이 도지기 시작했고, 9시쯤 집에 오니 거의 녹초가 되어있었다. 중간에 폰에 달린 usb까지 잃어버려서 기분의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침대에 널브러지고 나자 밥 먹었냐는 나의 카톡에 답장이 왔다. 이런저런 말로 투닥거리다가 보니 케이크 얘기가 나왔다.


그는 몇 년 전 겨울 동네 파리바게뜨에서 먹었던 케이크가 아직도 기억에 따뜻하게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기 다시 가자고 했다.


그날 그와 앉았던 파리바게뜨의 작은 탁자와 하얀색 초콜릿이 산처럼 뿌려진 느끼한 케이크, 못난이 파란 패딩을 입은 그가 하던 여러 가지 말들이 어제 일같이 떠올랐다. 그냥, 모든 게 슬펐다.


그런 순간에도 나는, 갑자기 나에게 어딘가를 가자고 제안하는 그를 의심하고, 그의 호의를 온전히 받지 못하고, '결혼해' 같은 다른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그런 슬픈 예감은 항상 적중하기에 그저 슬펐다.


9월 22일


서로 사랑함.


10월


차 타고 어딘가를 가는 중이었다. 차는 자동운전 모드로,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데도 시원하게 달렸다. 우리는 어딘가 사람들이 모인 곳에 내려서 구경을 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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