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이 있어도 마주 안지 못하는
이제까지 그와 함께 한 시간들 중 내 생각대로 흘러간 순간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지만은,
이번 그의 생일조차 이렇게 예상밖으로 흘러가 버릴 줄은 정말 몰랐다.
어제 나는 동학년들과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요즘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던 와중 그에게서 전화가 오자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생일날에 아는 동생이 출장 겸 들러서 같이 밥을 먹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거기에 대고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동생을 만나라고 했다.
대신 동생이랑은 밥을 먹고, 나랑은 술을 먹자고. 그래서 우리는 7시쯤 치맥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생일날이 되었다. 주문한 케이크는 제시간에 배달을 왔고,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계획대로 순조롭게 돌아가는 하루였다.
4시쯤 그는 우리 학년 연구실로 놀러 왔다. 그는 소파에 털썩 앉으며 오늘 있었던 교생 특강을 위해 새벽 2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났다며 피곤한 소리를 해댔다.
그런 말들을 들으며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집으로 와서는, 아는 동생을 만나고 있을 그에게 그냥 잠깐 얼굴만 보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7시에 우리 집 주차장에서 만났다. 그는 아는 동생이 밥 먹고 집에 갔다며, 우리 집에서 놀 생각으로 주차장에 차를 댔다.
나는 선물을 들고 나와서 그냥 집에 가서 일찍 자라고 쿨한 척을 해댔다.
우리는 1시간 남짓 캄캄한 주차장에서 투닥거리고 얘기했다. 요즘 학교 축제 준비로 정신없는 나에게 고생한다며, 안아주었다.
나는 두 팔이 있음에도 마주 안지 못하고, 그저 옆구리를 한대 세게 치고 말 뿐이었다.
가을 어느 날
그는 내게 전화해서는 경기도로 파견신청을 냈다고 했다.
거기에 대고 나는 어떠한 말도 할 자격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