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에도 주인이 있다.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by 에스


"문장에도 주인이 있다."


참 이상한 말이다. 그렇다면 '너를 사랑해'나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와 같이 우리가 나누는 모든 문장들에게도 주인이 존재하는가?


내가 작곡한 음악, 내가 그린 미술 작품, 내가 발명한 상품 등은 모두 저마다의 소유권과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쩐지 '책'과 '저작권'은 연결 짓기가 어려운 느낌이다. 이 글에서는 그 어려운 연결 짓기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4월 23일은 문학계에서는 특별한 날이다.

잉글랜드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극작가인 '셰익스피어'와 <돈키호테>로 유명한 작가 '세르반테스'가 세상을 떠난 날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에서는 이 특별한 날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지정하여 문학과 저작권의 상징성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그렇다면, 저작권이란 것은 무엇인가?

문학작품에서의 저작권은 작가가 자신의 창작물인 '글'에 대해 가지는 법적 권리를 말한다. 이 권리는 단순히 "이 작품을 내가 썼습니다"라고 주장하는 수준뿐만 아니라, 그 작품이 웹툰이나 영화 등으로 어떻게 재창작되고, 누가 복제/배포 또는 2차 창작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퇴마록>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면, 이 영화는 1993년에 연재를 시작해 누적 1000만 부 이상 판매된(2013년 기준) 이우혁의 오컬트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경우, <퇴마록>이라는 소설 중 1권 분량의 내용을 1시간 반의 러닝타임으로 담아낸 것은 김동철 감독이지만, 해당 원작에 대한 저작권은 이우혁 작가가 가지고 있다. 때문에 영화화나 웹툰화를 구현하기 전, 반드시 원작 작가에게 권한을 허가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엔딩 크레디트에 '원작 ㅇㅇㅇ'이라는 문구 하나를 넣는 의미가 아니라 작품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까지 포함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를 '저작재산권'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방금 설명한 2차 저작물 작성권뿐만 아니라 라디오나 tv에서 작품을 낭독하거나 소개할 수 있는 권리, 책을 인쇄하거나 유통할 수 있는 권리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저작권은 독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창작자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제공해 준다.

거기에 더해, 창작자는 자신의 저작권을 보호받음과 동시에 타인의 저작권을 지켜야 할 의무를 지니게 된다. 창작자는 '내가 쓴 글이 베낀 것인가?', '출처가 명확한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검토하고 나만의 글을 창작하는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는 내가 쓴 글이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창작물에 대해 존중해주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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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은 바로 이러한 내용을 독자와 창작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날이다.

책을 읽는 것 이상으로, 지적 재산권의 가치를 되새기고 건강한 창작 문화를 만들기 위한 책임과 의무를 생각하는 날이다.

단지 '법적인 소유권'이 아니라 창작자의 독창성과 자율성을 보호하는 울타리인 저작권. 글을 쓰는 창작자도, 글을 소비하는 독자도 꼭 기억해야 할 가치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한 권의 책을 정독하고, 저작권을 지키며 그 책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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