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든 잔을 웃으며 마실 그날까지
2부 EP07. 낮술
3월 1일이 되었다. 벌써 2023년도 세 달째에 접어든 것이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아무 일도 없이 쉬는 날이라서 최근에 친해지게 된 사장님의 카페에 왔다. 건물 전체를 상큼한 주황색으로 칠해놓은 이곳은 애견동반이 가능한 카페라서 주로 견주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많이 방문한다. 나는 구석진 1인용 테이블에 앉아 강아지들을 구경하며 커피를 마셨다.
정말로 오랜만에 독서를 마음먹고 <낮술>이라는 책을 읽었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잔잔하게 재미있어서 그런지 앉은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다.
<낮술>은 쇼코라는 여성이 밤에 고객 곁에 있어주는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면서 겪는 일들을 다룬 책이다. 직업 특성상 늦은 아침에 일이 끝나고 나면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며 메뉴와 어울리는 혼술 겸 낮술을 즐긴다. 아주 신중하게 식사 메뉴와 술을 고르는 그녀를 보며 뭐랄까 동질감이 들었다. 혼술이라. 낮술은 기회가 잘 없지만 혼술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맛있는 음식에 술 한잔을 하며 그날 맡았던 고객에 대해 떠올리는 쇼코. 각자의 사연을 지니고 밤 동안 쇼코를 부르는 다양한 사람들. 그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내가 쇼코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분명 문자일 뿐인데도 침이 고이게 하는 맛있는 음식들과 술의 묘사…! 한 번도 본 적 없는 일본 음식인데도 상상하면 너무나 맛있을 것 같았다. 나도 언젠가 낮술을 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5시가 되었다. 이제 무얼 할까. 아무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무얼 해야 할지 오히려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임에 나가고 싶지도 않다.
집에 가면 곧 룸메 언니가 올 것이다. 언니가 온 후로 텅 비어 있었던 숙소 냉장고가 가득 찼다. 과일, 과자, 견과류, 주스 등 먹을 것이 끊임없이 나온다. 언니는 자꾸 나에게 과자나 먹을 것을 챙겨준다. 따뜻한 사람이다.
어쨌든 이제 집에 돌아가면 누군가가 있다. 덕분에(때문에) 당분간 혼술은 할 수 없을 게다. 한 지인은 나의 혼술을 이해하지 못하며 한마디 했다. 물론 나도 내 혼술이 달갑지는 않다.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도, 어느 순간 감정이 바닥으로 서서히 가라앉아 버리기 때문이다. 걱정과 불안은 전염병처럼 온몸에 퍼져나간다. 그렇다고 같이 술 한 잔 해줄 친구가 필요한가? 그것도 잘 모르겠다. 이방인처럼 붕 떠 있는 제주의 삶에서 그저 술게임이나 하고 시시덕거리는 그런 게 아닌,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그런 술상대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젠가는, 잔에 든 술을 모두 비우고 나서도 인생이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