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이가 끝난 게 아니라 번데기야
2부 EP08. 발상의 전환
별군은 내 우울증에 대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친구 중 한 명이다. 그는 내 병에 대해 그 어떠한 평가도, 충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면 가만히 들어줄 뿐이다. 그래서 별군과 있을 때에는 불안하지 않다.
어느 날 우리는 카페에 앉아 차를 홀짝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요즘 하고 있는 생각에 대해 그에게 털어놓았다.
키우고 있는 식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식물에게도 생애가 있다. 씨앗에서 태어나 잎을 내면서 자라고, 꽃을 피우고 나면 열매를 맺고 죽거나 여러해살이 식물들은 다시 같은 과정을 되풀이한다. 식물에 한살이가 있는 것처럼 나도 내 한살이가 끝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나도 내 생애의 막바지에 와 있는 것 같다고. 그러니 그냥 지금 세상을 떠나면 좋겠다고.
그랬더니 별군이 이렇게 말했다.
"넌 식물이 아니라 지금 번데기 과정에 있는 거야. 번데기에서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 나비가 나오듯이,
다른 더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에 있는 거야."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집에 와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별군이 해준 얘기를 엄마한테도 해 드렸다. 엄마는 별군 말이 맞다며, 너도 그렇게 생각하라고 말하셨다. 그리고 간단한 안부를 묻고 하루 종일 무얼 했는지 등 시답잖은 이야기를 했다.
요즘, 엄마와 웃으면서 대화하기란 쉽지 않다.
몸이 아픈 것을 엄마에게 알린 이후, 엄마가 내 앞에서 웃는 일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가뜩이나 걱정이 많은 어르신이, 다 큰 딸 걱정에 십 년은 더 늙으신 듯하다. 밤늦게까지 건강 관련 유튜브를 보시고, 매일 비타민과 마그네슘을 챙겨 먹었는지 확인하시고, 밥 대충 때우지 말라며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신다. 나 역시 혼자 계신 어머니가 밥은 잘 챙겨 드시는지, 산책은 하시는지, 건강 관리는 잘하시는지 확인하느라 통화 내내 잔소리만 해댄다. 이번에 얼굴을 뵈면 싫은 소리는 최대한 줄이고 함께 웃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