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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an 10. 2021

선진 야구 체험기 (1)

미국 사회인 리그는 한국이랑 뭐가 달라요?

세상에서 야구를 제일 잘하는 나라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이다. 세게 최고의 리그인 MLB (Major League Baseball)은 물론 MLB의 하위 리그인 AAA만 해도 어지간한 한국 프로팀 이상의 수준이라고 평가받는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야구 유망주들이 몰려들어 경쟁하기에 선수층이 워낙 두터우며, 한국과 일본의 정점에 선 선수들이 진출한다 해도 반드시 성공하리라 장담할 수 없는 곳. MLB는 전 세계 야구인의 동경의 대상이자 꿈의 무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아마추어 야구/사회인 야구는 어떨까?' MBA 입학을 위해 탄 Dallas행 비행기에서 내 기분은 새로운 도전으로 인한 긴장감보다는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한다는 기쁨에 더 가까웠다. California와 더불어 야구 유망주들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Texas. 그곳의 주도(州都)인 Austin라면 야구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하는 유쾌한 기대감. 필자도 나름 사회인 야구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타자였고, 미군부대 야구팀에서 미국인들과 같이 야구한 경험도 있었기에, 처음에야 적응기가 필요하겠지만 금세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기에 야구팀 송별회에서 "형 메이저 진출한다. 선진야구 배워 올게!" 자신감 있게 선언하기도 했고...


실제로 필자가 경험한 미국의 사회인 리그는 한국의 사회인 야구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달랐다. 한국에 계신 독자분들께 한국과 미국의 사회인 리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설명드리고자 한다.


1. 수준 차이

필자가 2년간 소속되었던 Austin Metro Baseball League’(이하 AMBL)의 경우 최소한 한국 사회인 야구 1부 이상의 수준이었으며, 덕분에 2년간 많은 것을 배웠지만 벤치 멤버의 설움과 명백한 실력차로 인한 좌절도 많이 경험해야 했다. '1부 리그 뛰어본 적도 없는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라고 반문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어떤 경기에서 상대 팀 포수가 전직 메이저리그 선발투수이자 '실질적'인 perfect game을 달성했던 (심판의 오심으로 인해 인정되지는 못했다) Armando Galarraga였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고자 한다 (어쩐지 앉아서 투수에게 공을 돌려주는 게 투수가 전력으로 던진 것보다 빠르더라...). 


어지간한 선발 투수들은 70마일 중반~80마일 초반 (120~130km/h)을 손쉽게 뿌려댔고, 전직 프로 선수가 80마일 후반대 (130km 후반~140km 초반)의 공을 던지며 완투하던 날에는 9회 동안 겨우 2~3점을 뽑으며 끌려가기도 했다. '아니, 저런 선수가 나오는 건 반칙 아닌가?' 싶을 때도 팀의 중심타자들은 별 불만 없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안타를 치며 점수를 낼 때.. 그때만큼 실력 차이를 절감했을 때도 없었다.


2018년 더운 어느 여름날, 저녁 경기가 있어 조금 일찍 야구장에 들렀을 때 한창 Junior College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었다. '대학까지 야구를 하는 선수들이니 다들 굉장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리라' 기대하던 나는 경기를 보면 볼수록 얼굴을 일그러뜨릴 수밖에 없었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젊은 대학 선수들이 던지는 공이 30~50대의 AMBL 투수들의 공보다 딱히 낫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타자들은 나무가 아닌 금속 배트를 사용해서 타격을 하는데도 타격도 별반 신통치 않았다. 옆에서 같이 경기를 보며 몸을 풀던 팀원에게 "아니, 쟤들은 우리보다 힘도 세고 빠르고 젊은데 왜 우리는 다루기 힘든 나무 배트를 쓰고 쟤들은 금속 배트를 쓰는 거냐?" 농반 진반으로 따지듯 물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의문은 몇 경기 후 상대팀 3,4번이 백투백으로 야구장의 가장 깊은 곳을 넘겨버리는 것을 보면서 (당연히 나무 배트로!!) 해소되었다. '아, 이 친구들이 금속 배트 쓰다가는 잘못하면 투수나 내야수 크게 다치겠구나...' 그 당시 나는 팀에서 주전 경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글쎄... 어쩌면 나의 출전 기회는 먼 나라에서 온 열정 가득한 친구에 대한 호의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2. 리그 운영 및 규칙 차이

    

한국의 일반적인 사회인 야구 리그는 보통 팀당 8~12경기를 치르며, 10대 청소년부터 50대 중장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AMBL의 경우 주중과 주말에 모두 경기를 치르기에 1년에 약 20경기를 치르며 경기 제한시간도 한국의 2시간보다 훨씬 긴 2.5~3시간이다. 30~40개의 팀이 리그에 참여하기에 참여 팀을 연령별 그룹(18+, 30+, 40+, 50+, 60+)으로 편성해서 리그를 운영하고, 시즌 종료 후 그룹별 상위 4개 팀이 플레이오프를 통해 그룹별로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한국 리그의 상당수가 정식 야구 규칙에 따른 라인업 구성을 의무화하는 반면 (9명 타격, 모든 타자는 수비 포지션이 있어야 함) AMBL의 경우 라인업의 제한이 없어 선수 기용을 훨씬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경기에 15명이 왔다면 한국의 경우 어쩔 수 없이 6명은 대타나 대수비, 중계 투수로 나가야 하는 반면, 여기서는 타선에 10~12명을 넣고 나머지 인원은 투수, 대타로 활용하는 식이다. 혹은 타격 라인업에 없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수비에 넣고 경기 중후반 타석에 추가하는 식으로 운용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정상적인 주루가 어려운 플레이어를 위해(부상, 고령, 투·포수 등) 최대 2명의 Courtesy Runner (대주자)를 사용 가능하다는 점도 재미있는 차이점이다. 한국 리그에서 대주자를 쓰는 경우 교체된 선수는 경기에서 빠지게 되지만 Courtesy Runner는 단순히 해당 플레이어를 잠시 대신하는 것이기에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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