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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an 15. 2021

미국 생활에 대한 몇 가지 오해 (1)

‘미국 이민’ 혹은 ‘미국 생활’ 하면 어떤 이미지가 여러분의 뇌리를 스쳐가는지? 정원 한가운데의 단독주택? 가족과 보내는 여유 있는 저녁과 주말? 광활한 국립공원에서 즐기는 캠핑? 저렴하게 즐기는 골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가득한 NFL, NBA, MLB 등의 프로 스포츠?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미소가 입에 걸린 자신을 발견하지 않으실까 싶다. 


미국에 온 지 고작 몇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친구 및 지인들이 미국 생활에 대해 물어오는 경우가 꽤 있다. 연봉은 얼마나 받는지, 취업하기는 쉬운지, 영어로 일하는 건 할만한지, 가족들이 잘 적응하는지……나도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돈, 조직 생활, 인간관계 등 다양한 스트레스가 있을 때마다 진작에 이민을 떠난 지인들을 부러워하며 ‘나는 언제쯤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상상하곤 했으니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한다 


미국 생활의 장점이 많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낮은 오염, 유연한 시간 활용, 상대적으로 덜한 학벌 지상주의 등은 분명한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질문들은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는데, 이번 글에서는 이런 대표적인 오해들에 대해 간략히 다뤄보고자 한다. 

(주: 나는 Texas와 Virginia 두 주에 거주한 경험에 기반하여 아래 내용을 작성였다. 미국 50여 개 주의 환경은 각각 다른 나라라고 할 정도로 다를 수 있으니 이를 감안하여 읽어 주시면 좋겠다.


1.  “연봉 많이 받아서 살만하겠네?”


소득 자체만 놓고 보면 한국보다 높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고용주가 한국 고용주보다 특별히 자비로운 게 아니라면 이곳의 연봉이 높은 건 생활에 필요한 각종 비용이 한국보다 높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생활하다 보면 한국보다 저렴한 건 식재료, 옷, 가전, 휘발유 정도이고 이를 제외한 모든 것들, 특히 주거 (주택 유지비 & 렌트), 의료, 교육 (대학 및 대학원), 각종 서비스 (미용, 건설, 수리, 차량 정비…) 비용 등은 한국 대비 월등히 높다. 한미간 물가 차이를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외식인데, 한국에서 공기처럼 기능하는 각종 음식 배달 및 저렴한 외식은 여기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가장 저렴한 햄버거나 샌드위치도 한국 돈 6~7천 원을 호가하며, 식당에 앉아 적당한 음식을 먹으려면 음식값+Tax (주마다 다르지만 음식 값의 6~12%가량)+ 서버 팁 (음식 값의 15~20%)까지 최소 인당 2~4만 원은 지출해야 한다. 저렴한 식재료를 집에서 조리해서 먹으면 비용이 매우 크게 절약되기에 요리를 즐기지 않던 주부들도 미국 생활이 길어지면 어느새 요리의 달인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악명 높은 의료보험료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드물게 공적 의료체계가 잘 구비되어 있어 적당한 사보험 하나 정도만 들면 살면서 병원비 걱정을 크게 할 일이 별로 없는 반면, 미국에서는 전 국민이 의지할 만한 공적 의료보험이 없으며, 이로 인해 죽을 병에 걸려도 보험이 끊기면 파산할 수밖에 없으니 쓰러지기 전까지 회사를 다니는 경우도 있다다.  설령 회사에서 의료보험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크다 (우리 가족의 경우 올 한 해 의료보험료만으로 천만 원 가까이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매 근속 연당 1개월씩 퇴직금이 적립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공무원, 국제기구 직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고용주가 퇴직금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 즉 받는 연봉은 퇴직금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아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좋은 회사들의 경우 직원이 납입하는 금액의 일부만큼 퇴직금을 지원해주기도 하지만 (401k matching) 이건 회사 by 회사라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다.  


길게 풀어쓴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비슷한 레벨의 직장/직종으로 취업할 경우 한국 대비 미국의 연봉이 높을 확률이 크나, 이는 미국의 물가가 높기 때문이지 미국의 고용환경이 한국보다 좋기 때문이 아니다.

        -  한국 = 세전 연봉 –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 세금) – 생활비 = 저축액

        -  미국 = 세전 연봉 – (국민연금 등 각종 사회보험 + 세금 + 의료보험료 + 퇴직금)  - 생활비 = 저축액 

    


위 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연봉이 50% 가까이 올라도 세금, 생활비, 퇴직금 등을 고려하면 실제 손에 남는 돈은 별 변화가 없을 수 있다. 물론 라이프 스타일, 거주하는 주의 세율 (State tax), 부동산 세율 (property tax), 퇴직금 불입액 등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미국 취업하면 연봉이 오르니 삶이 나아진다'는 말에꽤나 큰 맹점이 있다는 사실은 이제 이해가 가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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