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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an 19. 2021

미국 생활에 대한 몇 가지 오해 (2)

미국에 있는 동안에도 한국 뉴스는 인터넷으로 간간히 챙겨보았는데, 십중팔구 포털 메인에 걸린 건 늘 부동산 기사였다. “집값 미쳤다”, “이걸 누가 사” 하지만 언제나 오르기만 했던 한국 집값. 지구 반대편에 있으면서도 ‘만약 한국 돌아가면 집은 어떡하나’, ‘왜 그때 아파트 한채 사놓고 나올 생각을 못했을까’등등 온갖 후회를 하곤 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여긴 미쳤어.. 근 거긴 집값 싸니 금방 사겠네. 더 오르기 전에 얼른 사라”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곤 한다.

 

재미있는 것은, MBA에서든 회사에서든 소모임에서든 내 주변에서 집값이나 부동산 투자가 주된 화제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그나마 팬데믹 이후 부동산 가격이 미국 전역에서 10% 이상 올라서 다들 놀라워 하는 정도? 회사의 중역 중 한 분은 ‘차라리 주식이나 다른 사업에 투자했으면 더 벌었을 것’이라고 부동산 투자를 후회하시기도 했고,  ‘각종 비용 고려하면 구매보다 렌트가 싸다’라고 주장하는 동료 직원도 있었다. 한국도 미국도 사람 사는 곳인데 왜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까?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미국의 주택 가격은 한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특히 서울 및 근교의 아파트 가격은 근래에 정말 많이 올라서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에서도 주택 가격으로 악명 높은 도시들 정도나 비교가 가능할 정도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미국 수도인 Washington DC에서 차로 약 30분 정도 떨어진 곳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치면 대충 광명이나 일산 정도 될 것 같다) 마당이 딸린 2층 단독주택도 백만 불 내외 (약 11~12억 원) 수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절반이나 30% 수준에 구매 가능한 townhouse, condo 등의 옵션도 많다). 그나마 이곳은 대도시 근교라 비싼 편이고, 내가 MBA를 하던 Austin의 경우 괜찮은 입지의 수영장이 딸린 단독주택도 50~70만 불 (약 6~8억 원) 수준이었다. 서울 외곽이나 어지간한 아파트가 10억 원을 호가하는 것을 고려해 보면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일까? 여러 지인들과 이야기해 본 결과 크게 자산 축적의 어려움, 세금, 주택 유지비용 등을 이유로 꼽을 수 있었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에서의 세전 소득은 한국보다 높지만 세금 및 각종 비용을 제외할 경우 실제 저축 가능액은 생각보다 적다. 게다가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여기서 대학교 및 대학원 학비에 대한 학자금 대출 (student loan) 원리금, 자동차 할부금 등을 추가로 제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일부 고소득 직군을 제외하고는 주택 구매를 위한 10~20%의 종잣돈 (down payment)을 모으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집값 상승에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세자금대출 혹은 부모의 자녀 지원이 없어서 다들 월세를 내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면 과연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지금처럼 오를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납득이 가실 것이다.  


또한 주택 보유세 (property tax)가 한국에 비해 굉장히 높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주마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거주하는 Fairfax county의 경우 매년 집 평가액의 2% 이상을 납부해야 한다. 집 가격이 50만 불 (약 6억 원)일 경우 매년 약 1만 불 (약 1,200만 원)을 내야 하는 것이니 상당한 부담이다. 보유세가 낮아 집값이 오르면 마냥 좋아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기존 거주민들이 보유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저렴한 외곽으로 이주하는 경우도 발생하기에 집값 상승을 반가워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거기에 더해서 매달 수천 불씩 꼬박꼬박 지불해야 하는 대출원리금에 잊을만하면 수백~수천 불씩 발생하는 각종 수리 및 유지관리비를 생각하면 그냥 맘 편히 렌트 내며 사는 게 낫다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요약하자면 고소득자/부모 찬스 보유자를 제외한 다수에게 주택 구매가 어려운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매한가지이며, 높은 보유/유지 비용으로 인해 미국의 주택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뿐이다.  여기나 거기나 싼 건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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