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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an 26. 2021

미국 생활에 대한 몇 가지 오해 (3)

사교육도 없고 대학 가기도 쉽다던데?

학창 시절 학교-학원-독서실의 무한 루프를 타면서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한국에 태어나 이 고생을 하고 있나’ 고민해보지 않은 분들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한다. ‘미국은 학교 수업만 끝나면 매번 운동이나 클럽활동만 하고 노는데도 대학 잘 간다던데. 나도 운동도 하고 취미 활동도 하고 싶다...’ 마음 한 켠에 자유와 야구에 대한 동경을 간직한 채 내가 누릴 수 있던 자유는 학원 가기 전 PC방에서의 디아블로 2 한시간 뿐이었다.  


쳇바퀴 도는 생활을 하며 공부만 하다 보니 어느 샌가 대학에 가고, 취업에 결혼에 정신없이 살다가, 미국에 잠깐 머물다 다시 돌아간다는게 어느새 정착의 길로 접어든 지금 주변 지인들의 다양한 사례를 전해 들으며 드는 생각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

   





나는 한국에서 공부하느라 너무 고생했지만,
우리 아이는 미국에서 스트레스 덜 주고 공부시키고 싶어

유감스럽게도 이런 언급에는 ‘미국에서는 스트레스 덜 받고 적당히 공부해도 괜찮은 대학을 갈 수 있을 거야’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맞는 말이었다.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의 신간인 “공정하다는 착각 (The Tyranny of Merit)”에 따르면, 1979년만 해도 대졸자는 고졸자보다 40% 정도 더 벌었고 (적은 차이는 아니지만 납득 못할 차이도 아니다) 고졸자들도 중산층의 삶을 사는게 어렵지 않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졸자와 고졸차의 소득 차이는 80%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다 보니 미국 사회에서도 대입 경쟁률이 높아지고 대입 스트레스가 심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IVY league로 대표되는 유명 사립대나 좋은 주립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한국 못지 않은 치열한 10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학원, 독서실, 과외로 새벽까지 불태우는 밀도높은 공부만 생각한다면 한국이 세계 최고겠지만, 미국 대입은 학교 성적과 SAT 이외에도 체육, 음악, 미술, 봉사활동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요구되기에 이 또한 만만히 볼 일은 아니다. 또한 한국이야 치안도 좋고 어지간한 도시에는 대중교통도 잘 되어 있는데다 학원버스 시스템도 있어 자녀가 중고생 정도 되면 알아서 다닐 수 있는 반면, 미국은 자차 이동 이외의 방법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맞벌이를 하는 가정에서도 아이가 중학생 정도 되면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고 학원, 과외, 클럽활동을 위해 기사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분위기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처음 Texas Austin에 와서 주변 중고생 자녀를 둔 인생 선배들과 이야기했을때의 느낌이 그저 ‘여기도 대입 경쟁이 만만치 않구나’ 정도라면, 미국의 강남 8학군이라 할 수 있는 Virginia의 Fairfax 지역으로 옮긴 지금은 ‘여기는 또 다른 세계구나’의 느낌이다. Austin에서는 UT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만 입학해도 괜찮다는 약간 여유 있는 분위기를 가진 분들이 많았는데, 이곳의 지인/선배들은 경우 UVA (University of Virginia)라는 훌륭한 주립대가 있음에도 명문 사립대를 보내려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인지 겨우 만 8살짜리 부모인 우리들도 이런 저런 소문들을 얻어듣게 된다. IVY 리그 대학을 보내려면 사립학교 출신이 유리하기 때문에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보낸다더라, 방학마다 대학에서 개최하는 캠프에도 참가해야 한다더라, 잘나가는 인도 부모들은 어릴때부터 아이가 갈 대학과 학과까지 정해놓고 이에 맞춰서 학교며 과외활동이며 다 짜놓는다더라는 이야기들. IT와 창업으로 유명한 S 대학의 어떤 IT 관련 캠프가 주당 수천불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질 나쁜 농담을 듣는 기분이었다. 세상에, 그런 비용을 받는 대학도 대학이지만 이런 캠프를 보내는 부모들은 돈이 얼마나 많은거야? 아이들은 한창 놀 방학기간에 이런 캠프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요새 한국도 각종 대입 전형들이 워낙 복잡해지고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고 경우가 많다고 하니 이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교육과 대입을 손쉽다고 짐작하고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미국 이민을 생각하시는 분이 혹시 계시다면, 한번쯤 미국의 지인에게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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