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그리고 부모의 태도
이번 글에서는 미국 이민의 길을 걷고자 결심하신 (혹은 고민 중이신) 분들을 위해 미국 학교와 IEP, 그리고 부모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미국의 초/중/고등학교는 크게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로 나뉘며, 사립학교 중에는 드물게 자폐를 포함한 발달 장애 아동만을 위한 학교도 있다. 사립학교는 학급당 인원수가 10명 아래라는 장점이 있지만 학비가 연간 수만 불로 상당히 비싼 편이며, 학교 자체 평가 및 면담을 통해 입학이 결정됨을 염두에 두자.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거주지의 주소에 따라 배정이 되므로 특정 공립학교에 입학을 원하는 경우 반드시 해당 지역에 집을 구해야 한다. 'greatschools.org' 등의 사이트를 보면 다양한 기준으로 학교를 평가하는데, 우리 가정처럼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울 경우 'Student with disabilities'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학교에 등록된 장애 학생들의 비율, 해당 학생들의 정학 및 결석에 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으며, 'Test scores'를 클릭할 경우 주 (State)에서 해당 아동들을 상대로 실시한 테스트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학교 등록은 먼저 부모가 준비한 서류 (진단서, 발달평가 검사 결과 등)를 학교에 제출하면서 아이가 special education 대상자라는 것을 공지하면 학교 특수교육 교사가 학생 등록을 위한 추가적인 서류나 절차를 통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기본적인 절차가 완료 된 후에 교육청에서 아이에게 제공할 서비스를 결정하기 위해서 평가를 하며, 평가 결과를 가지고 아이의 학습 목표 문서인 IEP (Individualized Educational Plan)를 수립하는 식이다.
IEP는 아이의 1년간의 교육목표, 학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 및 시간에 대해 다루는 아주 중요한 문서이다. IEP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가 필수적이기에 보통 교장 또는 부교장, 학교 소속 Therapists, special education 선생님, School Counselor 등이 참석해서 부모에게 문서의 세부 내용을 공유하는 회의를 진행한다 (영어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통역을 요청할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문서가 1년 학교 생활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부모의 경우 전문 변호사를 회의에 대동하는 경우도 있다.
IEP의 교육 목표는 해당 학년의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베이스로 하되 아이의 능력에 맞춰서 가감하며, 크게 아카데믹한 부분들 (Language Arts : Reading, Writing, Math, Adapted PE)과 발달적 측면 (Behavior, Communication)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Speech therapy, Occupational Therapy 등)의 제공 시간 (i.e. 주당 1시간)도 IEP에 포함된다.
아무리 활발하고 적극적인 사람이라 해도 말도 잘 안 통하고 낯선 환경에 있게 되면 여러모로 위축되기 마련이다. 나만 해도 영어에 별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싸우는 건 여전히 부담이 크며, 영어가 부족할 경우 그 어려움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말도 안 통하고 시스템도 모르는 데다, 아쉬운 건 이런 아이를 둔 우리라는 마음에 '알아서 잘해주겠지' 생각하며 흘러가는 대로 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이 일어나게 된다.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의 부모이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학교 미팅, 병원 진료, 또는 테라피 상담 등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기에 목소리가 크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신경을 더 써주며, 기회가 한 번이라도 더 오게 된다.
한 다리 건너서 알게 된 가정이 있다. 자녀의 장애 문제로 미국에 건너왔지만 언어, 금전 등 여러 문제로 정착을 힘들어한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각종 테라피, 병원 등의 정보를 잘 정리해서 넘겨주었다. 하지면 정작 그들은 소극적으로 대응할 뿐 아무것도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고, 결국 몇 달 후에 정착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반면 와이프의 경우 아직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 전화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무조건 내가 해야 한다'는 굳은 결의를 가지고 일을 진행해 나간다. 전화가 필요한 경우 종이에 필요한 말들을 미리 적어놓고, 이메일을 보낼 때는 혼자 끙끙대며 작성한 뒤 나에게 초안을 검토받는 식이다. 테라피가 끝나면 테라피의 내용과 아이의 태도에 대해 언제나 꼼꼼히 물어보며, 가끔씩은 이메일로 추가적인 질문과 제안을 보낸다. 물론 이렇게 철저히 대비한다 해도 때때로 실전에서는 헤매기 마련인데, 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에 비해 참을성이 있어서 알아들을 때까지 설명해주기에 대부분 별문제 없이 일을 잘 해결하고 돌아온다. 영어 초보라거나 내성적이라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단 부딪쳐보자.
또한 아이들을 데리고 테라피를 다니려면 운전은 필수이다. 뉴욕 등의 대도시가 아니면 제대로 된 대중교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운전자가 양보도 잘해주고 급발진이나 끼어들기 등도 덜하기에 미국에서 운전하기가 훨씬 쉽다는 것을 금방 아실 수 있을 것이다. 와이프의 경우 10년 넘는 장롱면허였음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미국 와서 바로 운전을 시작하게 되었고, 금세 익숙해져서 학교며 테라피며 나 없이 잘 다녀서 정착 초기에 큰 심적 부담을 덜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