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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May 20. 2021

COVID 그리고 자폐 아동

이번 월요일 드디어 COVID 2차 백신 접종을 받았다. 주변으로부터 접종 후 2~3일간을 엄청나게 고생한 이야기를 들어 긴장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접종 당일부터 오한과 두통이 시작되어 며칠 갔다, 두통 때문에 하루 종일 잠만 잤다, 뭐 먹지를 못하고 다 토했다 등등. 누구 말로는 '엿같은 48시간짜리 코로나 체험 캠프'라고 하니 말 다한 셈이다. 다행히도 내 경우 접종 직후의 약간의 멍함과 두통, 그리고 하루 정도의 오한 & 근육통 정도로 (몸살 났을 때의 느낌과 굉장히 비슷하다) 지나갔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지난주 미국 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는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2주가 지난 사람들은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선언하였으며, 이에 따라 마스크 착용을 강제했던 마트, 음식점, 테마파크 등은 비치된 마스크 착용 안내문을 서서히 치워가고 있다. 길거리에는 이미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느낌에 반가운 마음도 없지는 않지만, 분명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저들 중 어떤 이유로든 백신을 거부한 사람들이 꽤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찝찝한 마음이 더 크다. 






미국의 경우 성인의 60%가 최소 1회의 백신 접종을 받았다고 한다. 1차만 받아도 항체 형성률이 50%가 넘는다고 하니 이전보다 COVID로부터 안전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만 16세 미만의 아이들에 대한 접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만 12-15세에 대한 접종도 최근 시작하긴 했지만 그 이하 연령의 아이들에게는 백신 접종 계획이 아직 없으며, 좋든 싫든 만 12세 미만 아이들도 가을학기부터는 offline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건강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online 수업이 가능).


물론 지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Social Distancing을 체험했기에 이전처럼 무방비하게 행동할 것 같지는 않지만, 백신도 맞지 않은 아이들이 좁은 교실에서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한 채 수업을 들어도 괜찮은 걸까? 그나마 지금은 COVID로 인해 학교 출석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가을부터는 모든 학생이 등교하기 시작할 텐데 말이다.



작년 봄부터 시작된 COVID와 자가격리는 사회성이 결여된 경우가 대부분인 자폐 아동들에게 악영향을 미쳤다.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줄 수 없어 학교나 치료실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자가격리로 이 방식이 원천 봉쇄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아들 태민이도 부모나 자주 보는 학교 선생님, 치료실 선생님들과는 눈 맞춤도 잘하고 의사소통도 꽤나 되는 편이지만, 낯선 어른이나 또래 친구들과의 의사소통 수준은 굉장히 낮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online 수업만으로는 태민이가 제일 필요로 하는 부분인 커뮤니케이션 발달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에 학교가 제한적으로 열자마자 바로 아이를 보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혹시나 바이러스에 감염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한창 배우고 발달할 시기에 제자리걸음을 하는 리스크가 더 크다는 생각에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학교나 치료실이 개방되었다고 해서 모든 자폐 아동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신을 맞지 않았기에 전 시간 마스크 착용이 필수 사항인데, 감각이 민감한 자폐 아동들에게 몇 시간씩 마스크를 차고 있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마스크 착용 자체를 어려워하거나, 차더라도 몇 분 버티지 못하는 자폐 아동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다행히도 태민이는 마스크 착용에 금방 적응했고 학교나 치료실에서도 그의 마스크와 관련된 이슈가 불거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렇기에 작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주 3~4회 학교에 나가면서도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백신 외에는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COVID 백신이 전 세계와 전 연령대에 대중화되어 자폐 아동들도 건강 걱정 없이 (마스크도 없이) 학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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