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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Nov 16. 2021

미국 특수교육 정보 공유 사이트를 시작했습니다

Special Needs R US

아들 태민이의 자폐로 인해 시작한 미국 생활이 벌써 5년째다. 텍사스와 버지니아 두 곳에서 살면서 시시때때로 선한 인도하심에 따라 필요한 사람을 만나고, 적절한 교구를 소개받았기에 아이가 다양한 테라피를 경험하고 수준 높은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으며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 또한 새로운 테라피와 교구를 시도할 때마다 아이가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큰 금전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도움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 가족처럼 운이 좋은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정보가 부족해서 좋지 않은 치료실을 계속 다니는 경우도 있고, 아는 건 많지만 금전적 여유가 되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으며, 내 아이에게 뭐가 필요한지 몰라서 치료 적기를 놓칠 수도 있다. 내 생각에 제일 힘든 상황은 아이가 막 장애 진단을 받거나 혹은 타 주로 이사를 하는 경우인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 운 좋은 케이스가 아니라면 대부분 수 차례 시행착오와 시간/돈 낭비를 겪어 가며 맨땅에서부터 아이에게 맞는 커뮤니티와 테라피 센터를 찾아 나가야 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생활정보를 공유하며, 장애인 부모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분들이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MissyUSA 사이트에도 특수교육/장애와 관련된 정보 공유 글들이 있고 (i.e. 자폐인 부모 전미 오픈 카톡방), 대형 한인 교회에서는 장애인 부서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해당 가정을 돕기도 한다. 영어에 어려움이 없으신 분이라면 구글 검색이나 Reddit 등의 커뮤니티, 공립학교 상담, 발달 전문의와의 상담 등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채널에는 각기 조금씩 아쉬운 점이 있다. 영어 커뮤니티/사이트의 경우 영어가 불편한 부모들은 접근 자체가 어렵다 (영어에 어려움을 겪는 이민 1세대가 생각보다 꽤 많다). 단체 카톡방의 경우 같은 아픔을 공유한 사람들이라 도움 요청에 금세 피드백이 온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계속 이어진다거나 과거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한인 교회의 경우 종교적 거부감이 있는 분도 있을 것이고, 애초에 장애인 부서를 별도로 운영할 만한 사이즈가 되는 교회가 많지 않다.


어느 날 문득 '한국어 웹사이트에서 특수교육 정보나 생활 정보를 찾을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개인이 아는 것을 조금씩만 풀어놓는다면 얼마나 거대한 정보가 되는지 각종 위키 사이트를 보면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게시글로 댓글로 묻고 답하는 것이 계속 쌓여 나간다면 타 주로 이사를 가는 사람이나, 아이 치료를 위해 미국 이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와서 간단한 검색으로 필요한 정보를 (테라피, 교구 정보, 지역 정보 등) 손쉽게 얻어 갈 수 있을 텐데...






혹시나 이런 사이트가 있는데 나만 모르는 건가 싶어 주변 여러 장애인 부모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대답은 한결같았다.


"글쎄? 그런 거 들어본 적 없어요. 누가 만들어 주면 참 좋을 텐데..."


짧지 않은 고민 끝에 '아무도 안하는 것 같으니 우리가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다행히 와이프나 나나 이전에 웹사이트 제작 프로젝트를 했던 터라 사이트 콘셉트 및 디자인은 며칠만에 끝냈고, 웹사이트 및 서버 관리를 업으로 하는 한인 야구팀 형님의 도움을 받아 사이트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호스팅에 개발 강습까지 해주신 형님께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뿐이다). 원래는 빨라야 연말에나 사이트를 오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모든 것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어서 이미 사이트를 열고 주변 부모님들에게 지식 나눔을 요청하고 있다. 


 'Special Needs R US'. 이 곳이 특별한 우리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들에게 한 숨 돌리고 재충전할 공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사이트 주소: https://specialneedsr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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