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절반이 지났다. 분명 2017년 이맘때쯤 가벼운 마음으로 "2년 후에 봐요!" 하며 미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그게 벌써 5년 전이라니 이 무슨 농담 같은 현실인지. 그 이후로 단 한 차례 - 2019년 MBA 동료 학생들의 한국 체험 프로그램 리더로 10일간 - 한국을 방문한 것이 전부였던 만큼 빨리 한국에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은 커져만 갔다. 다행히 올해 초 영주권이 나오면서 모든 것들이 정리되었기에 본격적으로 한국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이 끝난 밤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항공권을 검색하고 호텔을 예약하느라 피곤하긴 했지만, 5년도 넘게 못 본 가족, 친척, 친구들의 반가운 얼굴을 보고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풀어낼 생각만 해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원래 계획은 그동안 모아 왔던 항공사 마일리지를 탈탈 털어서 가급적 일등석, 최소한 비즈니스 석을 이용하여 한국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마지막으로 일본 여행을 곁들이는 것이었다. 여름 귀국을 목표로 천천히 일정을 세우고 비행기 표 예약을 해 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을에 가족 행사가 예정되면서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갈아엎어야 했다. 문제는 계획을 변경하는 시점에 코비드가 꺾이면서 여행 규제가 풀리기 시작했고 항공권 가격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는 점이다. 비싼 표 값에도 고객들이 현금을 들고 줄을 서 있는 마당에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표를 제대로 풀 리가 없고, 2-3일에 한 번씩 검색해봐도 일등석이나 비즈니스는커녕 이코노미 좌석 세 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여행 비수기인 늦가을철에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게다가 회사에서 추진하는 대규모의 프로젝트가 초겨울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회사 No.2가 전체 회의에서 공개하면서 "그때 되면 휴가 쓰기 힘들 테니 미리미리 쓰세요"라고 조언 (경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래 저래 도저히 각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지친 우리는 결국 수 주간 공들여 짠 3주간의 한국-일본 여행과 왕복 비즈니스 항공 탑승이라는 당초 계획을 완전히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본 여행은 현지에서 수년간 대학생활을 보낸 사촌동생한테 검수까지 받아가며 세세하게 짜 놓은 것이라 포기하기 너무나 아쉬웠는데, 이건 뭐 여러 악재가 겹치고 겹친 이 상황을 원망할 수밖에...
어찌 됐던 어제 밤늦게까지 계획을 마치고 항공, 호텔 예약을 마무리하니 마음이 좀 놓인다. 부디 앞으로는 더 이상의 변경 없이 무사히 고국 땅을 밟고 그리운 얼굴들을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