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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an 01. 2023

감사했던 2022년

사람의 삶이 고작 1년 만에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2022년은 평생 기억에 남을 한 해가 될 것 같다. 


올해 3월, 그토록 기다리던 영주권이 나왔다. 직장 선배들의 말마따나 영주권을 받는다고 내 삶이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는 것도 아니고, 연봉이 큰 폭으로 오른 것도 아니다. 다만 일어나자마자 신분 걱정에 한숨을 쉬고 긴장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지금의 삶은 천국과도 같다. 또한 다양한 기회를 통해 경험, 인맥,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었고, 첫 집 마련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으며, 와이프는 미국에서 직업을 구했다. 이 모든 것이 영주권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또한 아들 태민이가 올해 보여준 여러 변화도 그저 감사가 나올 뿐이다. 자폐로 인해 부모와 테라피 선생님 이외의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웠던 아이는 언제부턴가 다른 어른들, 특히 또래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부쩍 보이기 시작했고, 자기 나름대로 먼저 다가가서 소통을 시도하기까지 한다. 물론 아직 상대방이 이해/공감할 만한 방식은 아니지만, 그동안 우리 부부가 고민했던 '제삼자와의 소통'의 첫 단계가 시작된 것만으로도 기쁠 따름이다. 집에서 꾸준히 했던 몸놀이 및 마사지, 전문가와의 physical therapy를 통해 근력 및 몸 사용 방법의 발전이 일어났고 이것이 아이의 정신적인 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리라 짐작하고 있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질문을 일부러 무시하거나, '말 좀 잘 들어'할 때 'Never'로 응답할 때면 가끔 울컥할 때도 있지만 사실 이 또한 자기 자아가 생기고 커 가고 있다는 신호이니 감사할 일이다.


여러 불확실성이 있고, 여러 문제가 있는 것은 이전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 힘들었던 3년과는 달리, 강제 한국 귀국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계획하고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감사한지. 내년은 어떤 한 해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귀한 한 해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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