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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May 13. 2023

아버지와의 2박 3일 일본여행

6개월 만에 다시 한국에 들어갔다. 직항도 아니고 원스탑 비행기가 인당 2천 불에 달할 만큼 여행 비용이 올라간 상황에서 매년 한국에 방문할 만큼 지갑 사정이 여유 있는 건 아니지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가족 행사가 있으니 뭐 어쩔 수 있나. 한국에 들어간 김에 부모님과 처가 식구들을 챙기고 몇몇 친구들과 만나다 보면 일주일은 정말 꿈결같이 지나간다.


마침 들어간 것이 5월 초라 어버이날 기념으로 아버지와 함께 일본을 짧게 여행하기로 했다. 추가로 휴가를 며칠 더 내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미국에 살고 있는 내가 앞으로 어버이날에 부모님을 뵐 기회가 거의 없을 거라는 걸 알기에 무리를 좀 하기로 했다. 목표지는 오사카 및 교토. 워낙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고 아버지와 나 모두 방문한 적이 없었던 곳이라 안성맞춤이었다.




5월 7일 일요일에 간사이 공항으로 입국 완료. 연휴 마지막날인 것이 무색하게 사람들이 어마하게 많았고, 최소한 절반 정도는 한국인으로 보였다. 하필 첫날부터 비가 꽤나 내렸던 탓에 일단 짐도 풀고 샤워도 하러 예약해 놓은 W OSAKA 호텔로 향했다. 이 호텔은 위치가 꽤나 좋았는데, 길 건너에 큰 상가/쇼핑몰이 있고, 주변에 여러 맛집도 있는 데다, 각종 관광지도 약 30분이면 다닐 수 있었다. 아버지가 70대 초반이라 슬슬 많이 걷는 걸 귀찮아하시고 저렴한 호텔은 대놓고 싫어하시는데, 이번 여행에선 호텔이 좋다는 말씀을 몇 번이나 하시는 걸 보니 다행히 호텔은 잘 골랐던 것 같다. 


비가 오고 있기에 계획을 바꿔 지붕이 있는 곳들을 우선적으로 다니기로 한다. 첫 번째 목적지는 구로몬 시장. 우리나라로 치면 광장시장 같은 곳으로, 고기, 회, 꼬치, 아이스크림 등 갖가지 음식과 선물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신선한 꼬치구이와 해물 등을 먹다 보니 금세 배가 차 온다. 



배를 채울 겸 근처에 있는 유명한 절인 시텐노지 (사천왕의 절)를 방문했다. 우산을 들고 다니면서 보는 게 편안하진 않았지만 비가 내리는 한적한 경내는 충분히 운치 있었다. 





둘째 날엔 "여행 한 그릇"이라는 한국 여행사를 통해 당일치기 교토 여행을 떠났다. 원래는 교토에 2일간 머물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내 페이스대로 돌아다니려 했지만 아버지의 몸이 편하지 않았기에 가급적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단체 여행으로 계획을 바꿔야 했다. 처음에는 좀 아쉬웠지만, 알아서 금각사, 청수사, 텐류지/아라시야마 대나무숲, 후시미이나리 신사 등 네 개의 명소에 편리하게 태워다 주는 데다 가이드가 이동 중에 여행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주었기에 기대 이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청수사, 아라시야마 대나무숲, 후시미이나리 신사의 여우상


무엇보다 죽기 전에 꼭 내 눈으로 보고 싶었던 금각사를 볼 수 있어 너무나 행복했다. 대항해시대 3을 플레이하면서 '저기는 가봐야지' 했던 게 약 25년 전인데 드디어 소원을 성취한 셈이다.







여행 마지막날은 뭔가 쫓기는 기분으로 다니게 된다. 저녁 5시 비행기라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일정이었음에도 우리는 오사카 성과 나가사키 쵸 거리 두 군데만 둘러보고 공항으로 향했다. 오사카 성 자체도 굉장히 멋있었지만,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원수로 기억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동상을 본 것이 기억에 남는다.


오사카 성 / 도요토미 히데요시 동상 / 나가자키쵸 거리

 

입국 시와 달리 사람이 별로 없어 1시간도 안되어 체크인을 끝냈지만 공항 내내 변변히 식사할 곳도 없어 결국 조그만 편의점에서 우동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몇 시간 후면 또 긴 이별이기에 근사한 식사로 여행의 마지막을 기념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이 아쉬울 뿐. 그래도 오래 남을 좋은 기억을 아버지와 같이 만들 수 있었음에 감사한 2박 3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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